▲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가 14일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84석 통합당을 이끄는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르침을 얻으려는 것일까?
1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첫 외부일정으로 40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대 국회에서 통합당과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극단적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이며 대여 강경투쟁에 몰두하다 4·15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점을 의식한 결정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호남지역 대부분 지역구에 후보자를 공천하지도 못했고 당선자 대부분이 영남 지역구에서 당선 되면서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당내 위기감이 높아 졌다는 점도 주 원내대표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놓고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등 기존 보수야권과 다른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해 5·18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았으나 당내 의원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등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놓고 ‘북한군 개입’,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 등 극단적 발언을 쏟아 내면서 보수야당을 향한 광주지역 여론이 크게 악화됐었다.
주 원내대표가 호남과 민주당을 향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통합당이 놓여있는 현실과도 관련이 깊다.
통합당는 177석 민주당을 상대해야 한다. 통합당이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함께 엇비슷한 120여 석을 차지해 원내 협상에서 비교적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협상에서 크게 열세에 놓인 셈이다.
게다가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도 원유철 대표가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 임기연장을 추진하는 등 일정 기간 독자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 원내대표가 온전히 원내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석수는 84석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통합당의 84석이 오히려 177석의 거대 민주당보다 원내에서 횜을 쓰기에 유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나치게 의석수가 많으면 그만큼 당내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가 현재 통합당의 조직력을 극대화 한다면 충분히 원내에서 제1야당으로서 의석수 이상의 정치적 존재감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 원내대표가 통합당의 원내전략을 놓고 참고할 만한 인물은 과거 민주당계 정당을 이끌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가 현재 시점에서 고 김 전 대통령처럼 당대표나 유력 대선주자의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통합당의 원내전략 수립을 놓고는 충분히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79석을 차지한 새정치국민회의를 이끌고 여당인 신한국당을 상대한 끝에 1998년 대선에서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임에도 예상과 달리 139석을 얻었고 자유민주연합과 무소속 당선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1996년 말에는 의석수를 과반을 넘는 157석까지 늘렸다.
김 전 대통령은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정책전문가를 대거영입했으며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보수야당 자유민주연합과 손을 잡고 거대 여당에 맞섰다.
신한국당은 1996년 12월 노동법 날치기 통과 등 잇따른 자충수를 뒀고 15대 대선을 앞두고 IMF사태라는 대형악재가 터지면서 정권을 내주게 됐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통합당의 의석 수와 관련해 “1996년에 DJ도 83석으로 대통령이 됐다”며 고 김 전 대통령을 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