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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공사 경영정상화 해법 못찾는 권혁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06 1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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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탄값 인상 없는 구조조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탄공사의 통폐합 또는 청산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석탄공사 경영정상화 해법 못찾는 권혁수  
▲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최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공공기관 경영정상화계획 제출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검토 중인 자산매각과 자체 구조조정만으로 정부 목표시한인 2017년까지 계획안 달성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1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석탄공사 부채를 1조6천억 원 미만으로 줄이라고 요구한 상태다.


석탄공사는 1996년 739억 원 규모의 자본잠식을 기록한 이래로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823억97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자본잠식 규모가 8277억25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석탄공사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5천억 원을 돌파해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218%에 이른다.


석탄공사가 정부에 제출기한 연장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석탄공사는 지난 1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경영정상화 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공운위는 석탄공사의 계획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해 3월 말까지 보완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석탄공사는 기한을 4월15일로 연기한데 이어 4월 말로 또 한 차례 제출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석탄공사는 현재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계획안을 확정하지 못한 곳으로 남아있다.


◆ 묘수 찾지 못하는 권혁수 사장


석탄공사는 급한 대로 국내외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다. 석탄공사는 지난 3월 강원도 일대 2만㎡ 규모 임야와 대지를 온라인공매시스템인 ‘온비드’에 매물로 내놨다. 2010년 인수한 몽골 훗고르탄광 지분 51%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몽골탄광은 석탄공사 창사 60년 만에 처음 이뤄진 해외투자사업이었지만 경영정상화가 더 시급했다.


하지만 자산매각만으로 정부가 요구한 부채 2천억 원 감축 달성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 가능한 자금은 30억 원에 불과하다. 몽골탄광 등 해외자산 매각은 시기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언제 팔릴지 불투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석탄공사가 보유한 탄광을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석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탄광 중 일부를 폐광하고 수익성이 있는 탄광은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석탄공사는 현재 강원도 삼척과 태백, 전남 화순 등 3개 지역에서 탄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매장량이 적은 삼척과 화순탄광은 정리하고 태백탄광을 민간부문에 맡기면 약 7천억 원 규모의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쉽게 시행하기가 어렵다. 엄청난 액수의 퇴직금이 발생하는 데다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복지비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구조조정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석탄공사는 이미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거의 4년에 한 번 꼴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6만 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3천여 명 수준까지 줄였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정규 직원 수는 1678명이고 용역업체 직원 등 소속 외 인력 수는 1040명이다.


기획재정부 안에서 석탄공사를 유사기관과 통폐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나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폐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가능한 5월 안에 정상화 방안을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석탄공사의 부실규모가 너무 커 통폐합되는 기관까지 부실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탄공사와 경영정상화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통폐합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통폐합은 결국 석탄공사의 부실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최대한 자구계획안 마련에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한 자원외교를 추진하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2007년 4341억 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3조5234억 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부실규모만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강원랜드 지분과 폐광산업 덕분에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광해관리공단도 통폐합 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통폐합이 이뤄지면 당장 석탄공사가 매년 지불하고 있는 500억 원 정도의 차입상환금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석탄공사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지급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은 -1로 이미 빚을 내서 이자를 갚는 상황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거둔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석탄공사 경영정상화 해법 못찾는 권혁수  
▲ 석탄공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연탄가격 인상 방법도 정부 반대에 여의치 않다.

◆ 연탄가격 현실화, 서민부담 때문에 쉽지 않아


석탄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탄가격 현실화가 경영정상화의 가장 효과적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물가는 매년 평균 3%씩 오르는데 비해 연탄가격은 2009년부터 6년째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2020년까지 보조금 제도를 없애기로 하면서 연간 1천억 원 규모의 보조금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탄가격 인상이 시급해졌다. 석탄을 캐서 팔수록 적자를 보는 현 가격구조를 고치지 않고서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현재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량은 수요감소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1988년 522만1천 톤에 달하던 석탄 생산량은 2012년 110만 톤으로 감소했다. 약 80% 가까운 생산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연탄의 제조원가가 공장도 가격보다 높은 수익구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적자탈출이 쉽지 않다. 현재 연탄 한 장의 공장도 가격은 373원으로 제조원가인 647원보다 약 270원 정도 낮다. 이 때문에 석탄공사는 지난해 2155억31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도 매출원가가 이보다 더 많은 2308억4500만 원을 기록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의 출구전략’이란 연구에서 연탄 가격을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9%의 연탄가격 인상과 3.1%의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총 12.1%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연탄 한 장의 소비자 가격은 현재 500원 수준에서 2020년 839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석탄공사는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여러 차례 연탄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정부 반대로 좌절을 경험했다. 정부는 저소득층 등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연탄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도시가스 요금은 5.8%나 올랐지만 연탄가격은 동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연탄가격 인상이 가능하면 부채는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다만 연탄이 서민을 위한 연료인지라 쉽게 인상이 어려워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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