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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콘 사임, 폴크스바겐 1인자 등극 반 년만에 불명예 낙마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9-24 13: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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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터콘 사임, 폴크스바겐 1인자 등극 반 년만에 불명예 낙마  
▲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폴크스바겐그룹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일부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빈터콘 회장은 23일 “폴크스바겐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빈터콘 회장은 올해 초 오랫동안 폴크스바겐그룹의 1인자였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의장과 벌인 권력다툼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 빈터콘, 8년8개월 만에 회장직에서 사퇴

빈터콘 회장은 이날 “최근 며칠 동안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사태로 충격을 받았고 폴크스바겐 안에서 그런 엄청난 일이 발생한 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며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빈터콘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해명작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빈터콘 회장의 퇴직금이 2014년 말 기준으로 3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빈터콘 회장이 9월 초 2018년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계약을 맺은 만큼 잔여 임기에 대한 보수도 일정 부분 지급될 수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5일 이사회를 열어 후임 CEO를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새 회장을 선임하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되고 있다. 포르쉐의 CEO인 마티아스 뮐러와 폴크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총괄 허버트 다이스, 아우디 CEO 루퍼트 슈타들러 등이다.

이 가운데 마티아스 뮐러 CEO가 가장 유력하게 거명된다.

뮐러 CEO는 폴크스바겐그룹에서 상품생산 관리와 기획 업무를 맡아왔으며 2010년 10월 포르쉐 대표로 취임했다.

그가 포르쉐를 맡은 뒤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량은 2배가량 급증했다. 포르쉐는 2014년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 빈터콘, 권력다툼에서 살아남았지만

빈터콘 회장은 올해 초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이사회 의장과 권력다툼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피에히 전 의장은 20년 넘게 폴크스바겐그룹의 1인자로 군림하며 빈터콘 회장의 전임자 서너 명을 내보냈다. 그는 주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불만을 흘리는 방식으로 전임자들을 압박했다.

피에히 전 의장은 빈터콘 회장의 해임안을 이사회 안건에 올리려 했으나 분위기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피에히 전 의장이 22년 동안 쥐고 있던 권력이 이제 빈터콘 회장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에히 전 의장은 1993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자리에 올라 파산 위기에 몰렸던 폴크스바겐을 구출한 주역이다. 2002년까지 CEO를 역임한 뒤 이사회 의장이 됐다. 포르쉐 창업자의 손자이며 엔지니어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다.

  빈터콘 사임, 폴크스바겐 1인자 등극 반 년만에 불명예 낙마  
▲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 줄자 챙기며 꼼꼼히 챙기는 엔지니어 출신 회장


빈터콘 회장은 1981년 아우디에 입사해 34년 동안 폴크스바겐그룹에서 근무했다. 2002년 아우디 CEO를 거쳐 2007년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회장이 되기 전까지 람보르기니와 아우디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회장이 된 뒤에는 금융위기를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폴크스바겐그룹은 토요타, G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빈터콘 회장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자동차 브랜드를 8개에서 12개로 늘렸고 생산공장도 두 배로 늘렸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자동차 판매량은 2014년 처음으로 1천만 대를 넘어섰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승승장구했다. 상반기 토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빈터콘 회장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국내에서도 친숙한 인물이다.

그가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i30에 앉아 핸들을 위아래로 조절한 뒤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자 폴크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를 불러 다그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그는 이 영상에서 “현대차가 BMW도 못하고 우리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했냐”고 수석 디자이너를 질책했다.

당시 독일 언론들은 이런 빈터콘 회장의 행동을 놓고 ‘기분 좋게 모터쇼를 찾은 회장, 불편한 심기로 떠났다’, ‘직설적인 회장의 격노’ 등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빈터콘 회장은 모터쇼를 다닐 때마다 경쟁사의 차를 꼼꼼히 분석하고 폴크스바겐의 차들과 비교하기로 유명하다. 주머니 속에 줄자를 넣고 다니며 경쟁사의 차량을 직접 재보기도 한다.

빈터콘 회장은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지닌 엔지니어 출신이다. 1947년 독일에서 태어나 1973년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그 뒤 MPI(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금속연구와 금속공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터콘 회장은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터지기 3주 전 회사와 계약기간을 기존 2016년 말에서 2018년 말로 연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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