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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쇼핑을 갈 때 지갑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면?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을 할 때 굳이 지갑을 찾아 신용카드를 꺼내들지 않아도 된다면?
간편결제서비스로 일상화할 장면들이다. 유통업계가 이른바 ‘페이전쟁’으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이 ‘SSG페이’로 먼저 승부수를 띄운 데 이어 롯데그룹도 ‘엘페이’를 앞세워 출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페이전쟁’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전통의 유통 맞수 가운데 누가 더 '쉽고 빠르고, 간편한' 결제로 고객의 사랑을 받게 될까?
◆ 신동빈, 옴니채널 강화의 핵심은 '엘페이'
롯데그룹은 21일 “현재 엘페이를 테스트 중에 있다”며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9월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비즈니스 카운실(ABC) 포럼'에 참석해 개막사를 겸한 주제발표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해 '이노베이션랩'이라는 팀을 신설했다”며 “금융 쪽에서는 신용카드 사업에서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해 9월 '엘페이'라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선보일 엘페이는 모바일 기기에 앱 하나만 깔면 롯데그룹의 통합 마일리지인 엘포인트(L.POINT)뿐 아니라 롯데그룹 계열 외 다른 신용카드 등도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엘페이 상용화에 앞서 4월 기존 롯데포인트를 '엘포인트'(L.POINT)로 이름을 바꿨다. 또 오프라인 기반의 롯데멤버스 회원과 온라인 기반의 롯데패밀리 회원도 통합하는 사전 작업도 마쳤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구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엘페이는 신 회장이 강조한 옴니채널의 핵심이다.
애초 업계에서 엘페이가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출시시기를 두달 가량 앞당겼다. 이는 경쟁업체인 신세계그룹이 SSG페이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7월23일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SSG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금·상품권 등으로 충전된 선불식 ‘SSG머니’와 함께 후불식 신용카드 간편결제가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결제가 가능하다.
SSG페이는 SSG닷컴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의 오프라인 가맹점까지 모두 원클릭 결제가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은 하반기에는 국내 시중은행들과 제휴, 직불 형태의 간편결제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 유통채널 인프라 활용 간편결제시장 선두권 급부상 가능
신세계그룹에 이어 롯데그룹까지 페이전쟁에 가세하면 유통업계에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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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유통업계의 간편결제서비스는 단말기 기반의 ‘삼성페이’나 앱서비스 기반 ‘카카오페이’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페이 등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사용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시장을 독식할수록 단말기나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페이 이용자가 많아지면 삼성 스마트폰을 파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경우도 비슷한 구조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업 매출을 늘리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고객에게 간편하고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높였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한마디로 유통업체의 간편결제서비스는 단골고객들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이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내놓은 간편결제서비스는 범용성에는 일정정도 한계가 있다. 엘페이로 이마트에서 결제를 할 수 없고, SSG페이로 세븐일레븐에서 물건을 살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일일이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처럼 가맹점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막강한 자체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 통합회원은 약 2900만 명에 이른다. 롯데그룹의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계열사들의 온오프라인 가맹점만 1만1천개가 넘는다.
신세계포인트 회원은 2100만 명 규모에 이른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과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라는 강력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범용성에 목을 매지 않아도 시장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간편결제서비스를 조기 안착시킬 수 있어 간편결제시장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동빈 대 정용진, 치열한 시장 주도권 전쟁 예고
국내 ‘빅3’ 유통업체들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은 아직 간편결제 서비스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당분간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그룹이 출시는 한발 빨랐지만 롯데그룹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출격하면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을 수 있다.
SSG페이는 출시 한달 만에 가입자 5만 명을 넘어섰다. SSG페이는 국내 모든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결제방식을 최대한 다양하게 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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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오프라인 매장에서 SSG페이 바코드를 보여주면 결제, 포인트 적립, 쿠폰 사용, 현금영수증 발급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원스톱’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과 달리 자체 카드회사가 없고 홈쇼핑채널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엘페이가 SSG페이에 비해 인프라 측면에서 더 강점을 확보하고 있어 효과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옴니채널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조직인 e2(e-커머스 2.0) 프로젝트팀을 발족했다. 또 올해 2월에는 미래전략센터 안에 이노베이션랩을 설치했다.
모두 모바일시대로 접어들며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엘페이를 아시아 전역에서 통용되도록 플랫폼(가맹점)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그룹의 유통부문 계열사 매장에 한정하지 않고 엘페이 생태계를 글로벌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중국에 롯데마트 103곳, 인도네시아에 39곳, 베트남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자카르타·싱가포르·오사카·괌 등 5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엘페이를 통한 간편결제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면 국내의 온오프라인뿐 아니라 국내외 유통채널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도 SSG페이가 출시 초반인 만큼 약점을 보완해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페이전쟁이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띄면서 업종을 넘나드는 다양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촌지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SG페이와 삼성페이가 손잡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은 결국 모바일 단말기 전쟁과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심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초반 경쟁구도가 어느 정도 고착되면 업체들끼리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