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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면서 외아들 박세창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승계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룹 재건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룹 재건이 눈 앞에 다가온 지금 그룹의 경영정상화와 함께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룹의 주요부서에 몸담으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 경영권 승계 작업 빨라지나
박세창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아직 40세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은 뒤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해체라는 위기를 겪었던 만큼 경영권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몇 년째 법정에서 각종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2건의 형사사건도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박세창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박 회장의 외아들로 사실상 유일한 그룹의 후계자다.
박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기 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박찬구 회장이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킨 이유도 박삼구 회장이 형제경영의 원칙을 깨고 그룹을 박 부사장에게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 어떻게 확보하나
박 부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물려받으려면 금호산업 지분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터미널 지분도 100% 소유하고 있다. 그 밖에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 금호사옥(79.9%)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금호산업만 인수하면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그룹 전체 계열사를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금호산업 지분은 박 회장이 현재 5.04%, 박 부사장이 4.86% 보유하고 있다. 우호지분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닌 0.02%까지 합치면 10.1%다.
박 회장이 이번에 인수하게 될 50%+1주까지 더하면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의 지분율이 60% 가까이 이르는 만큼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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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2012년 6월21일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신상품 설명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문제는 박 부사장에게 이 지분을 어떻게 물려주느냐 하는 점이다. 박 부사장은 지분을 살 만한 자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은 2012년 초만 해도 금호산업 지분이 거의 없었지만 2012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박삼구 회장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지분이 5%도 되지 않는다.
금호타이어 지분도 문제다.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2.7%에 불과하다. 박 부사장(2.6%)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2.8%) 지분을 합치면 약 9.1%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 지분의 매각작업을 2016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지분까지 확보하려면 갈 길이 멀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모두 손에 넣은 뒤 그룹의 지배구조를 아예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들이거나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여 새로운 지주회사가 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박세창이 대표 맡은 아시아나애바카스
재계 관계자들은 박세창 부사장이 처음으로 대표이사 직함을 단 아시아나애바카스를 주목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부사장이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가 되면서 항공분야로 업무영역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시아나애바카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회사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 내부거래를 토대로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회사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2013년 매출 217억 원, 영업이익 68억 원을 냈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매출의 62%를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최대고객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014년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사들였을 때 모두 95억 원을 출자해 지분 6.8%를 취득했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항공의 예약과 발권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 전문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아시아나IDT의 사업부로 있다가 2004년 별도회사로 독립했다. 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80%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IDT와 함께 과거 총수 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 일가가 그룹 내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싼 값에 확보하고, 회사 가치가 커진 뒤 다른 계열사에 주식을 비싸게 되팔아 수백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박 회장 일가는 2009년 아시아나애바카스 지분 30%와 아시아나IDT 지분 28.6%를 아시아나항공에게 239억 원에 팔았다. 총수 일가는 이를 통해 첫 투자금의 19배에 이르는 큰 이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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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2012년 6월21일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신상품 설명회'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 박세창, 시련의 경영수업
박세창 부사장은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에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박 부사장은 그 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당시 입사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3세 가운데 가장 빨리 임원이 됐다.
2005년 10월 입사해 2011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6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 부사장은 그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되면서 2010년 그룹의 전략기획실을 떠나 워크아웃 중이던 금호타이어로 자리를 옮겼다.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에서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기획관리 등을 두루 거치며 2014년 말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에도 일조했다.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2005년부터 3년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금호타이어에 몸담았다.
박 부사장은 2010년 금호타이어 개인투자자 설명회에서 참석해 “목숨을 걸고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며 재계 상위권으로 단숨에 치고 올라갔던 때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위기를 겪었다.
박 부사장이 안정적 환경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던 다른 3세들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경험 때문이다.
박 부사장 스스로 “2005년부터 그룹의 황금기와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담금질당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첫 해부터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는 점은 박 부사장에게 부담이다.
박 부사장은 올해 4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가 3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당시 재계에서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임명철회를 요청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아직 경영권 승계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실적이 반토막난 점도 박 부사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업황부진과 경쟁심화 등 경영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타이어회사들이 선방한 것과 달리 금호타이어는 넥센타이어의 추격을 받으며 2위 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