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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기업구조조정 왜 민간에 넘기려 하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9-13 13: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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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기업구조조정 왜 민간에 넘기려 하나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빅데이터와 금융, 뉴 웨딩'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세워 기업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려고 한다. 부실기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관련 사모펀드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초기의 성공이 앞날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을 판가름할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사모펀드로 구조조정 진행

금융위원회는 9개 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11월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임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을 정부나 채권단이 아닌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민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조만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에 국책은행 2곳과 시중은행 6곳 외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참여한다. 국책은행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시중은행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을 포함한다.

9개 출자회사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에 공동으로 자본금 1조 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대출금 2조 원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설립 때 3조 원의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유윤상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개별 참여기관의 실질 지배력을 배제하고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 참여기관이 동일한 비율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 유동성 지원, 자구계획 지원 등의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사모펀드 3개를 통해 구조조정 채권을 매각한다. 투자자들은 구조조정 기업의 정상화가 끝나면 경영권을 매각해 얻은 이익을 분배한다.

구조조정 펀드는 채권단의 채권을 직접 사들여 출자전환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유동성 지원 펀드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 지원을 전담한다. 자구계획 지원 펀드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비영업용자산을 인수한다.

유 위원장은 “초기에 개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하우와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업종별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내부 전문가 외에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민간 위탁운용사의 전문가 집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임종룡 해법,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임 위원장은 그동안 채권단이 주도했던 기업구조조정 주도권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넘기려 한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은 채권기업들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진행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방식을 놓고 은행들로 구성된 채권단과 사채권자 등 비협약채권자들 사이에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부실기업의 채권을 모두 사들인 뒤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주도할 때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만들어지면 국책은행도 유동성 지원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국책은행은 출자전환을 통해 구조조정을 받는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시중은행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는다.

국책은행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때 전문성이나 위험관리능력 등에 한계를 보이기 쉽다.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면 국책은행들도 역할을 재정비하게 될 것”이라며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에 특화하고 KDB산업은행은 미래산업과 벤처투자 중심으로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기업구조조정 왜 민간에 넘기려 하나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KB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2015 핀테크 1박 2일'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부실기업의 빠른 처리 주문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해 회생하기 어려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생하기 힘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다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지난 6월 기준으로 24조 원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여신 부실이 21조6천억 원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은행들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도 커지면서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시장에 안착해 기업부채의 총량 자체를 줄이려 한다.

국내 기업부채는 지난 3월 기준으로 1260조 원까지 치솟았다. 외부감사대상인 기업 1만5천 곳 가운데 3년 동안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곳도 2천여 곳에 이른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지급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 아래일 경우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로 내야 하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임 위원장은 “이른바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려는 것”이라며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가망이 없는 기업들을 시장에서 정리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도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부실기업을 맡을 때마다 특성에 맞는 사모펀드를 만들게 된다.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구조조정 대상인 회사를 선별한 뒤 그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기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실질적 기업 구조조정은 최적의 사업계획서를 낸 사모펀드가 주도하게 된다”고 밝혔다.

◆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불안한 미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성공하려면 구조조정 기업을 선정할 기준을 명확하게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11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성패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데 달렸다”며 “기존의 재무제표만으로 구조조정 회사를 결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첫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고르고 있다. 신규자금 투입이나 부실채권 매입 등 1천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을 경우 회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시장에서 퇴출할 기업과 구조조정으로 살려낼 기업 사이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여러 의견을 받아들여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은 삼일회계법인 상무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설립 초기 구조조정에서 실패한다면 은행과 기업의 협조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초기 구조조정 대상 기업선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투자자들의 수익성 추구에만 치중할 경우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라는 본래 목표가 훼손될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선배격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2009년 설립돼 부실채권 인수와 매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유암코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내는 데 집중해 소액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채권을 회수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부실기업도 경영정상화를 통해 우량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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