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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내 증권회사 임직원들이 과도한 자기매매로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자기매매란 증권회사 직원이 자신의 계좌로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다.
금융당국은 불건전한 자기매매를 규제하려 하지만 증권회사의 과도한 성과주의가 근본원인이란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직원 1인당 연평균 440회 자기매매
금융감독원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7곳의 임직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연평균 440회의 자기매매를 했다.
중소형 증권사 임직원들의 자기매매 건수가 대형 증권사보다 많았다.
한양증권 임직원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자기매매 건수는 1547회로 전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본인계좌로 매일 6.3회 주식거래를 한 셈이다.
바로투자증권(1403회), 부국증권(1211회), 골든브릿지투자증권(1101회), 교보증권(919회), 하이투자증권(905회)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 증권사들 중 삼성증권(131회), KDB대우증권(167회), 미래에셋증권(68회), 한국투자증권(170회) 등은 자기매매 건수가 평균보다 적었다.
민 의원은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보다 자기매매로 수수료 수익을 올려 실적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는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고객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 임직원, 수수료 실적 부담에 자기매매 급증
현행법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은 1인당 1계좌와 매매명세를 금융당국에 신고한 뒤 각 증권사의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자기매매를 할 수 있다.
증권사 직원들 입장에서 자기매매를 이용하면 수수료 수익을 비교적 쉽게 낼 수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주식거래를 통한 수수료 실적을 반영하면서 자기매매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3만6152명 가운데 3만1964명(88.4%)이 자기매매 계좌를 신고했다. 이 가운데 2만5550명(79.9%)이 최소 1회 이상 실제 자기매매를 했다. 이들의 전체 투자금액만 2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증권사 임직원이 자기매매에 치중하면 고객의 자산관리 등 본래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임직원이 증권사 내부정보를 통해 선행매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를 우려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들 가운데 하루에 10번 이상 주식거래 주문을 낸 임직원은 1163명이다. 하루에 10번 이상 주식거래를 하면 과도한 자기매매에 해당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한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6개월 동안 2만3310회나 초단타 자기매매를 한 것이 적발됐다. 또 다른 증권사의 직원은 자기매매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26억 원 규모의 회사 보유채권을 횡령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불건전 자기매매 규제방안 마련
금감원은 9월 초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불건전 자기매매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하루 3회, 월 회전율 500%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조만간 종합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며 “직원의 불건전한 자기매매 등이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임직원이 주식을 사들이면 5영업일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며 매수한도도 연봉범위 이내로 제한된다. 증권사 임직원이 1년 동안 주식거래에 투자한 금액도 5억 원이 넘으면 안된다.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각 증권사들이 이 방안에 맞춘 임직원 자기매매 규제를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증권사 임직원들은 과도한 자기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이 증권사에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동조합은 10일 성명서를 내고 “증권사 임직원의 과도한 자기매매는 성과를 기준으로 직원을 강압적으로 내모는 증권사의 영업 형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증권사가 직원들에게 과잉영업을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