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 의원은 여전히 당의 공식행사를 비롯해 일체의 외부활동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2월9일 총선 불출마와 새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40여 일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새보수당 출신 인사들이 대체로 통합당 공천에서 나쁘지 않을 결과를 받아들었음에도 유 의원의 침묵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말도 나온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물갈이 속에서도 이혜훈, 유의동, 지상욱 등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비롯해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수도권에 공천을 받았다.
그런데도 유 의원의 침묵이 계속되자 아직도 황 대표에게 서운한 것이 남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 의원이 황 대표에게 바라는 사안으로 새보수당 당직자들의 고용승계 문제가 꼽힌다.
유 의원은 2월9일 기자회견에서 통합의 조건으로 '보수재건 3원칙' 외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황 대표에게 새보수당 당직자의 고용승계라는 ‘유일한 부탁’을 남겼다.
그는 “합당 이후 보수신당의 새 지도부에게 유일한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다”며 “무급으로 일해 온 새보수당의 중앙당, 시도당의 젊은 당직자들의 고용승계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의 고용승계를 놓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직자 고용승계 문제로 유 의원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직자 수에 제한이 있어 고용승계를 못하는 것으로 유 의원을 견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황 대표는 총선 승리가 절박한 상황임에도 당내 지도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 의원을 달래기 위해 당직승계 문제와 관련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황 대표는 지역구 공천과 관련해서는 김형오 위원장의 중도 사퇴,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서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와 갈등,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영입 실패 등 총선 준비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당 내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이 당직자 고용승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황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새보수당 출신 오신환 통합당 의원은 16일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들이 황 대표를 향해 벌인 시위에 참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당법에 따르면 합당이라는 것은 인적, 물적 재산이 통합되는 것”이라며 “누가 누구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가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의 고용승계를 결심하더라도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히 남는다.
정당법 제30조의 중앙당 당직자 수 제한은 뒤로 제쳐두더라도 당직자 수 확대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
사실상 통합당의 전신인 한국당은 20대 국회의 교섭단체 증가에 따른 국고보조금 감소,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직책당비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꾸준히 당직자를 줄여왔다.
오영철 통합당 노조위원장은 19일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새누리당부터 한국당까지 50명 정도의 사무처 당직자가 구조조정됐다”며 “유승민 의원 등의 탈당, 대선 패배로 당이 재정적 어려움에 놓여 지난해 12월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