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3-15 16: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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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재난 기본소득을 쏘아올리면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재난 기본소득 도입의 목소리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 12일 국회에서 '코로나19 재난극복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15일 정치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주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재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지만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긍정적 목소리가 높아져 일부에서 한정적으로라도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나 기본소득 관련 의견을 들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13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경제시국"이라며 "정부는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도입한 곳은 전북 전주시다.
전주시는 취약계층에 1인당 52만7천 원을 지급하는 형태의 '전주형 기본소득'을 13일 전주시의회 추경예산안 통과로 본격 시행하게 됐다.
기본소득은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해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자는 정책이다. 현재 지자체 등에서 논의하고 있는 재난 기본소득은 본격적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일회성 현금복지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국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재난 긴급 생활비'로 상품권 60만원씩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에 한정해 지급하자는 의견을 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가 추진하는 '기본소득 지방정부 협의회'에 4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자체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내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코로나19 재난 극복 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를 열고 소득 10분위 가운데 1~6분위(하위 60%)에 1인당 현금 5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민석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은 “재난 소득 문제를 공론화해 무상급식과 기초 노령연금과 같이 국민 호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한 매체에서 재난 기본소득과 관련해 “기본적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거리에 나가 국민들 5분만 만나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얼마나 상황이 어렵고 신속한 지원대책이 필요한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제라고 하는 기본의 재정운영 틀과 철학을 바꾸는 제도를 본격 도입하는 것이라면 추경을 통해 시작하는 것보다는 본격적 논의와 검토를 거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재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어 검토했다"며 "저희로서는 크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민연금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대안적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시작할 당시에는 1988년에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가서 정년까지 일하는 삶의 형태가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회사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반씩 나눠내고 40년 동안 가입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고용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나 시간제 근로자로 분류되면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하거나 납부 예외 상태에 놓이는 등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1363만 명, 국민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기본소득을 지지하면서도 지자체가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 정책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 회장은 한 매체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기존 복지제도와 조세체계를 전면 개편해 재원 조달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연구기관에서 기본소득에 많은 연구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은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이원재 공동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추경예산은 너무 전통적 해법만 담았고 지원대책으로 논의되는 각종 세금인하나 건물주의 임대료 인하지원 등은 간접적 방법에 그치고 있다"며 "경제 재난이라고 하면 피해를 입은 분들을 최우선적으로 돕는 방향으로 잡고 직접 소득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