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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은 왜 야구를 좋아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9-04 16: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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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 총수들은 왜 야구를 좋아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이 지난 5월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고 있다.

기업 오너들은 왜 야구에 관심이 많을까.

기업 오너들은 구단주로 야구단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야구장을 찾아 관람도 한다. 최근 야구 감독을 불러 강연을 듣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야구에서 배울 수 있는 조직운영의 노하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와 경영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진다. 일본에서 지난해 기업의 회생과 사라질 위기의 사회인야구팀을 그린 루즈벨트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야구와 경영의 연관고리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 야구에서 경영을 배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김성근 감독을 한화이글스 감독으로 전격 영입했다.

김 회장은 구단 내부에서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김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김 회장이 직접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팀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도 돌았다.

김 회장은 직접 감독 선임을 지시할 정도로 한화이글스와 야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 8월21일 무려 12년 만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를 관전했다.

김 회장은 그 뒤 8일 만인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해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를 관전했다.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것은 2012년 5월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시즌 후반 순위싸움이 치열해지자 김 회장이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졌다.

야구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기업 오너는 김 회장뿐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21일 어머니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대동하고 서울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라이온즈 경기를 보기 위해 종종 야구장을 찾는데 그때마다 삼성라이온즈가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 삼성라이온즈의 ‘승리요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계의 대표적 야구애호가를 꼽으라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LG가의 야구사랑은 재계에서도 남다른데, 구 부회장은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동생이다. LG전자는 지난 8월28~31일 한국여자야구연맹과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를 개최했다. 구 부회장은 여기서 직접 시구를 해 야구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밖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택진 NC소프트 사장 등도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계 오너들이 유달리 야구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야구가 기업경영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야구가 기업경영과 가장 유사한 점은 철저하게 분업화가 이뤄진 조직 스포츠라는 부분이다.

야구는 투수, 야수, 타자 등이 각각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야수만 봐도 내야수와 외야수가 사용하는 글러브가 다를 정도로 각각이 맡고 있는 역할에 차이가 있다. 이를 잘 조화시켜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이라는 더 큰 조직을 봐도 마찬가지다. 야구단은 1군과 2군, 3군과 재활군까지 다층적으로 이뤄진 거대조직이다. 여기서 감독, 코치, 프런트 등이 맡은 역할이 모두 다르다.

야구단에 이처럼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숫자가 많다. 그만큼 조직관리 역량이 야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 야구는 철저하게 계량화하는 스포츠로 모든 플레이 하나하나가 숫자로 남는다. 이에 따라 구단과 개인의 성과가 평가받는다는 점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업경영과 닮았다.

야구는 쉬는 날 없이 매일 경기가 벌어진다는 것도 치열한 기업경영과 비슷하다. 치열하게 겨루는 매일이 쌓여서 한 시즌의 결과가 만들어진다.

하루하루의 승패에 운이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 시즌을 마무리한 순위는 운보다 결국 조직관리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재벌 총수들은 왜 야구를 좋아할까  
▲ 왼쪽부터 류중일 삼성라이온즈 감독, 김경문 NC다이노스 감독, 염경엽 넥센히어로즈 감독.

◆ 강팀 감독들의 리더십은 무엇이 다른가


프로야구단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은 경영자들의 리더십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가 1구 1구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만큼 감독의 비중이 크고 감독의 성향에 따라 팀컬러가 크게 좌우된다. 회사의 경영자가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감독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매일의 승패에 따라 비난과 찬사를 한몸에 받기도 한다.
 
설령 그 승패에 운이 작용했을지라도 감독은 결과론에 따라 평가받기 일쑤다. 성적부진에 따라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감독도 부지기수다. 이 또한 경영자들의 운명과 별반 차이가 없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를 이끌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꼽힌다.

류 감독은 프로감독으로 데뷔한 첫 해 우승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삼성라이온즈가 강팀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4년 연속 우승을 가능하게 한 것은 류 감독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류 감독의 리더십은 어머니 리더십이다. 류 감독은 2013년 삼성라이온즈와 재계약하면서 “어머니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며 “자식들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무섭고 두려워하는 존재인 엄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신뢰의 야구, 시스템 야구를 추구한다. 한 번 믿은 선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준다. 선수의 능력을 믿고, 감에 의지해 들쭉날쭉한 선수기용을 하지 않는다. 그런 류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도 신뢰가 깊다.

류 감독은 한 선수가 빠져나가도 다른 선수가 금방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류 감독은 삼성라이온즈의 선수관리와 지도법을 체계화하고 1군과 2군에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했다. 덕분에 코치가 바뀌어도, 1군과 2군의 선수가 바뀌어도 삼성은 고유의 야구를 흔들림 없이 이어올 수 있었다.

김경문 NC다이노스 감독의 리더십도 주목받는다.

그는 NC다이노스를 프로 1군 진입 3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를 차례로 이끌며 두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아 실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은 최근 역대 7번째로 통산 700승 고지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조화’다. 김 감독은 특히 조화를 중시한다. 김 감독의 지론은 “야구는 팀원 전체가 하는 것”으로 “모두 조화를 이뤄 잘 어우러져야 성적이 나는 팀워크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은 최근 NC다이노스 타선의 중심인 테임즈를 다루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테임즈가 팀사기를 해치는 행동을 하자 김 감독을 즉각 교체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 한 명에 팀이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렇게 2위를 하느니 차라리 4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나는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조화를 강조하는 만큼 NC다이노스는 신생팀이지만 베테랑들의 역할이 돋보이는 팀이 됐다.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젊은 선수들이 활력을 더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시절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넥센히어로즈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염 감독은 선수 은퇴 뒤 프런트에서 일하는 등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염 감독이 2013년 넥센히어로즈 감독에 선임될 때 의외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염 감독의 리더십은 ‘언더독’ 넥센의 팀컬러와 잘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를 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훈련시키고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통해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스타일이다.

박병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등 많은 선수가 염 감독의 지도 아래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KBO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수인 강정호 역시 염 감독의 제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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