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과거 오점들을 사과하고 새 삼성그룹으로 출발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나설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반성과 사과, 그리고 변화를 촉구하면서 과거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추진되지 못했던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12일 삼성그룹과 재계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것을 계기로 삼성그룹이 다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뒤 여러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해 왔으나 국정농단사건 재판과 계열사 부당합병, 분식회계, 편법승계 논란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모든 시도가 중단됐다.
하지만 준법감시위원회가 과거사 청산과 향후 준법경영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11일 경영권 승계, 노조, 시민사회 소통 등의 문제를 놓고 삼성그룹이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을 저지른 점을 놓고 이 부회장이 직접 반성하고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선 뒤 사과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실책을 직접 사과했고 이 부회장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직업병 관련 공식 사과도 처음 이뤄졌다.
여기에 최근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대로 과거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것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준법감시위원회의 사과 권고도 수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 과거 여러 문제와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그룹이 출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번 권고로 삼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점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새 출발에는 지배구조 개편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적했듯이 삼성그룹의 과거 문제가 대부분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있었고 이는 곧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사건 등은 모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준법감시위원회가 향후 경영권 행사와 승계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지 않겠다고 공표하도록 한 것은 이를 위한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현재 지배구조에서는 과거 삼성그룹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준법감시위원회는 일반주주의 이익을 지배주주의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고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 역시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의 필요성을 짚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산이 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고 있는 정준영 판사도 이 부회장에게 재벌체제 혁신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어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내놓았다. 이스라엘은 금산분리와 지주회사 구조 단순화로 재벌체제를 개혁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체제 들어서 꾸준히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이 이뤄졌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반 년도 지나지 않아 2017년 4월 철회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모두 중단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각종 규제 강화 가능성 등에 따른 환경과 여론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