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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김형오 통합당 공천 물갈이 강단, '비운의 사나이' 길 걷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0-03-06 16: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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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김형오 통합당 공천 물갈이 강단, '비운의 사나이' 길 걷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휘두르는 공천 칼날이 거침없고 매섭다.

김 위원장은 공천을 통한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당의 미래는 없다고 보고 당내 반발이 나오더라도 세대교체를 관철하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6일 통합당 공천관리위는 김재원 정책위원회 의장 등 6명의 당내 중진을 공천 배제하는 내용의 대구·경북지역 공천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꾸준히 예고해 온 대로 대구·경북지역에서 강도 높은 물갈이가 이뤄진 셈이지만 거센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5일 부산·경남지역의 공천을 놓고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한표 원내 수석부대표 등 중진을 모두 공천에서 가차없이 탈락시켰다.

그는 부산·경남지역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내일부터 먹을 욕에 비하면 이때까지 먹은 욕은 새 발의 피일 것”이라며 “모든 희생은 김형오가 지고 갈 테니 영광만 자유민주주의가 차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천 과정에 고강도 인적쇄신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존 지역구도가 준 기득권에 머물러 있는 당내 중진들로는 통합당의 존재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소신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통합당으로 합쳐지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모시던 대통령은 감옥에 있고 주변 사람들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고 당이름은 바꿨지만 자유한국당은 지지세가 약한 야당으로 전락했다”며 “그나마 여당의 실정이 아니라면 자유한국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당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다선·중진 의원들을 향해서는 “정부와 여당, 특히 청와대의 독주·독선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는가”라며 묻고 초·재선 의원들을 향해서는 “어찌 개혁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하고 당 진로에 쓴소리 한마디 안 하나”라고 비판했다.

2018년 6월에는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남덕우기념사업회 제1회 공개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은 “보수야당은 전국정당은커녕 전통적 텃밭마저 뿌리째 흔들려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다”며 “생존과 몰락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까지 정치권에서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정치여정에서 여러 차례 강한 뚝심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공천심사 결과 당내 불만이 아무리 거세도 끝까지 소신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장을 지낼 때도 한나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 시킨 뒤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자 직권상정을 거절했다.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과 갈등으로 통합민주당의 참여 없이 그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려 하자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의 공천작업을 맡은 김 위원장의 각오는 여느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 두석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세대교체가 보수정당을 위한 마지막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현재까지도 당적을 보유하지 않은데다 앞으로 정치에 복귀할 의사도 없다고 여러차례 밝혀 왔다.

그는 공천관리위 위원장을 맡은 뒤 보수통합 논의 과정에서 위원장 교체 요구가 나오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전혀 감투라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라며 “죽기를 원하지 않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비친다면 언제든지 지적해 달라”고 대답했다.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평소 생각은 그의 저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오스만제국과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다룬 책이다.

김 위원장은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의 에필로그에서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에 패해 비잔틴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된 콘스탄티누스 11세를 놓고 이렇게 서술했다.

"패배를 뻔히 알면서도 끝내 항복을 거부하고 무너지는 제국의 기둥과 함께 성벽을 수의로 삼은 비운의 사나이……. 황제는 무덤조차 없다. 하지만 내 가슴엔 묘비가 세워져 있다."

김 위원장이 물갈이 공천으로 보수 정치권을 부활시켜 메흐메드 2세처럼 보수의 영웅이 될 지, 아니면 패배에 장렬히 몸을 던진 콘스탄티누스 11세처럼 될 지는 40일 뒤 치러지는 제21대 총선 결과에 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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