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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청년인재 양성 프로젝트 지식향연 콘서트에서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검색하면 ‘인문학’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따라 붙는다. 정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그룹을 한국의 메디치가문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하면서 매년 20억 원을 인문학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디치가문은 15세기 이래 문인과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피렌체를 르네상스 중심지로 만드는 데 공헌한 이탈리아의 명가다.
정 부회장은 직접 인문학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그는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인재양성 프로젝트 ‘지식향연’ 콘서트에 연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일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11개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 트위터에서 인문학으로...사랑받는 스타 CEO
정 부회장은 지식향연을 통해 사랑받는 CEO로 떠올랐다. 지난 8일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된 첫 번째 지식향연 현장은 2천여 명의 대학생들로 가득찼다. 정 부회장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강연 분위기도 좋았다. 정 부회장이 강연을 시작하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말하는 게 재미가 없다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이나 페이스북에 정용진 부회장 강연 재미없다고 올릴까봐 걱정된다”고 넉살 좋게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쏟아졌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1천여 명의 대학생들이 정 부회장과 대화하기 위해 몰려든 탓에 취재진의 접근이 어려울 정도였다.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였다. 지식향연 콘서트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연예인보다 정용진 부회장님이 더 멋있어 보인다”며 “리더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정 부회장이 연사로 나선 지식향연 콘서트가 방송의 전파를 타면서 정 부회장의 대중적 인지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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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트위터 캡쳐 화면 |
정 부회장은 인문학 경영에 앞서 트위터 경영을 통해 이미 스타 CEO 반열에 올랐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011년 11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트위터 CEO의 대명사격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팔로워 수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할 정도로 그의 트위터 영향력을 막강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얼리어답터적 면모와 소탈한 성격을 발산하면서 대중으로부터 호감을 샀다. 정 부회장은 2011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신라면 블랙 시식중^^ 사골국물맛이 나서 국물 맛이 좋네요. 밥 말아 먹으면 더 맛있겠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사람들은 라면 먹는 재벌 부회장에게 친근함을 느꼈고 신라면 블랙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정 부회장의 품평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신라면 블랙뿐 아니라 날개없는 선풍기, 일본 남성잡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레스토랑 등이 정 부회장 트윗글에서 언급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경영자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고객들로부터 불만사항을 종종 들었는데 그때마다 그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해주며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0년 이마트 가짜 한우 사건이 발생하자 “가짜 한우 판매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한 뒤 가짜 한우 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한 당시 최병렬 이마트 사장의 트윗글을 리트윗 하기도 했다.
◆ 노조탄압 골목상권침해...신세계는 사랑받고 있나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올라 제시한 비전은 ‘사랑받는 신세계’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열린 신세계그룹 책임경영 선포식에서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신세계그룹이 사랑받는 기업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통해 신세계그룹을 사랑받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이후로 신세계그룹은 노조탄압,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반복했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정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내놓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책임경영에 어긋나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은 28일 노조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최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인사담당 상무 윤모씨도 1년6월의 구형을 받았다.
최 전 대표 등은 기업의 비노조 경영이라는 지침 아래 노조설립에 가담한 직원들을 원거리에 전보발령하거나 해고하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직원 100여 명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민주노총 홈페이지 가입을 검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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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2013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정 부회장은 재판에 앞서 진행된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노동계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한 대표이사가 총수의 허가없이 이런 일을 꾸몄을 리가 없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이마트와 신세계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노조탄압 혐의로 이마트 노동조합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또 빵집 계열사인 신세계SVN에 대한 부당 지원과 관련한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국회로부터도 고소당했다.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부회장의 사퇴는 지난해 새해를 맞아 책임경영을 공표한지 불과 2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언행불일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지적은 신세계그룹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반복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자 “소비자에게 혜택과 영세상인들에게 경쟁력을 드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사회적 문제화 될지 몰랐다”며 “이마트 점포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변종 SSM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 불찰이고 반성한다”며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의 골목상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편의점 위드미 인수를 완료하고 2월부터 사업확장을 위한 가맹점주 모집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이 위드미에 지원한 운영비만 8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전국 위드미 매장 수는 89개에 불과하지만 신세계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계속된 논란은 정 부회장이 내놓은 ‘사랑받는 신세계’의 참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정 부회장은 과거 이마트 피자와 관련해 트위터에서 논쟁을 일으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거리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이마트는 2010년 대형피자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의 트위터 계정으로 이마트 피자 논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많은 분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고객의 선택”, “요즘 마트에서 떡볶이 어묵 국수 튀김 안 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 되나”,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 등 중소상인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