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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8월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
수출입은행이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애초의 추진됐던 위탁경영 방식은 아니지만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최장 7년 동안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게 됐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완전히 혹을 뗀 것은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재무지원을 계속하기로 해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위해 삼성중공업 지원받기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삼성중공업과 최장 7년 동안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영업·구매·생산·기술부문을 지원하는 내용의 경영협력협약으로 기간은 기본 4년에 3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는 재무·인사·관리 등을 총괄하는 위탁경영과 다소 차이가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전반적 경영관리는 계속한다.
삼성중공업은 영업망을 이용해 성동조선해양에 신규 선박수주를 주선하고 외주계약 형태로 블록 등 일감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성동조선해양에 설계 등 기술지원과 구매선진화기법 전수 등 원가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이번 협약은 적극적 기업 정상화 방안”이라며 “수출입은행이 유동성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삼성중공업이 기술경쟁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경영정상화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시기를 앞당기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 협약은 개별 조선사에 대한 단순지원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대형조선사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행장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중공업과 중형상선 전문인 성동조선해양이 손을 잡아 우리나라가 중형상선 부문 세계1위를 탈환할 기틀을 마련했다”며 “우리나라 조선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제2의 조선산업 부흥기가 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들어 오랫동안 부실에 빠져 있었던 성동조선해양을 정상화하기 위해 삼성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등에 위탁경영 의사를 타진했다.
한진중공업은 관심을 보였으나 재무구조약정을 맺고 있는 산업은행이 부정적 의사를 보이면서 위탁경영이 무산됐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실사 끝에 위탁경영 대신 경영협력협약이란 방식을 선택했다.
이로써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관리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어냈다. 조선업계 전체가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을 마냥 떠안고 가기도 그렇고 포기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수출입은행으로서 대형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성동조선해양이 강점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이다.
특히 최장 7년이라는 기간도 수출입은행 입장에서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전제 조건이 없는 이상 2~3년 위탁경영 뒤 성동조선해양이 경영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더 큰 혹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는데 최소 4년간 경영지원을 받기로 해 경영 정상화 효과를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은 경영지원 기간과 관련해 “조선업은 선박 인도까지 1년 반~2년이 걸리는 중장기산업”이라며 “삼성중공업의 조선소 역량을 충분히 전수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 3년으로 보고 1년을 더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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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 수출입은행, 얼마나 더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까
하지만 이 행장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재무지원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는다.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고작 10.01%로 국내 18개 은행 가운데 최하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대선조선 등 조선업에만 21조 원을 투입했다.
수출입은행은 2011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성동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수출입은행은 중형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닌 성동조선해양이 일시적 조선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중국 조선사들과 저가수주 경쟁에 몸살을 겪으며 쉽사리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성동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수주잔량을 쌓아두고도 자재구매비 등 운영자금이 부족해 선박을 건조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시중은행들은 자금지원을 거부했고 수출입은행만 홀로 성동조선해양을 떠안아 왔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말 자금이 소진된 성동조선해양에 3천억 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해 고비를 넘겼다.
수출입은행은 3천억 원을 지원하면서 7월 말까지 성동조선해양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성동조선해양은 자력으로 영업을 이어가면서 9월 말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이 독자생존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덕훈 행장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행장은 “연내 부족한 유동성은 책임지고 지원할 것”이라며 “지난번 지원한 3천억 원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내년에 추가자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영표 수석부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이 수주를 하지 않을 경우 3700억 원, 수주를 계속할 경우 2천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행장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행장은 구조조정에 대해 “성동조선해양은 임직원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