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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왕' 애플이 대규모 채권 발행하는 까닭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4-28 15: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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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대규모 채권발행에 나선다.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애플이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증권 전문가들은 애플이 해외에 있는 현금을 들여올 때 발생할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채권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채권으로 조달한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과 기업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왕' 애플이 대규모 채권 발행하는 까닭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인(CEO)
애플은 17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채비를 갖췄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4월에도 같은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금까지 두 번 발행한 회사채 170억 달러는 전세계 기업을 통틀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위는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같은해 9월에 발행한 역대 최고 금액인 490억 달러의 회사채다.


현재 애플의 자산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현금성자산이 159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미국 법률상 해외에 있는 현금을 미국에 들여올 경우 막대한 법인세를 물게 된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최대 3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 1590억 달러 중 약 1300억 달러는 해외에 있다. 미국에 있는 현금자산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의 자금담당 부사장으로 내정된 루카 마에스트리 내정자도 “해외에 있는 현금을 들여오는 것은 세금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를 실적 발표 후에 밝혔다.


애플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애플의 올해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 23일 발표한 2014년 1분기 매출액은 456억 달러(약 47조 원)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순이익도 102억 달러(11조 원)에 이른다.


이미 발행된 애플 회사채 신용등급도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애플의 회사채에 ‘AA+’ 등급을 매겼다. 이는 투자적격등급 중 두 번째로 높다. 퍼스트인베스트먼트의 라지프 샤르마 매니저는 “(애플의 회사채는) 모든 매니저가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은 채권”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애플의 회사채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발행 당시 17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500억 달러가 몰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봤다. 애플은 현재 600억 달러 가량 자사주를 갖고 있는데, 이를 900억 달러(93조 원)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더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의 주가가 아직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23일 실적 발표 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번 채권발행은 최근의 사업확장과 연관이 있다. 애플은 지난 1년 반 동안 24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그간 현금을 쌓아두는 데 치중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쿡 CEO도 지난 2월 골드만삭스 투자설명회에서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회사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인수합병을 통해 직접 부품을 생산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반도체 등 자사제품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을 다른 기업에게서 사들였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이를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해 애플은 미국 저전력반도체를 만드는 패스이프를 인수했다. 이어 이스라엘 플래시메모리회사 어노비트 테크놀로지와 3D센서용 반도체 기업인 프라임센스도 손에 넣었다. 이달 들어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자회사인 르네사스 SP드라이버(RSP) 인수협상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용 반도체 칩을 만든다.


애플은 이미 인수합병으로 얻은 핵심기술을 통해 독립적으로 부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2008년과 2010년 각각 반도체 관련 기업 PA세미와 인트린시티를 사들였다. 이후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핵심부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세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애플 제품 점유율은 1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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