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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박근혜, 2기체제 준비한다

강우민 기자 wmk@businesspost.co.kr 2014-04-27 21: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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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박근혜, 2기체제 준비한다  
▲ 정홍원 총리가 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다만 사표수리는 사고수습 이후로 미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그 수습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난여론 때문에 정 총리 사의표명이라는 민심수습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그 카드가 통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민심을 수습하려면 개각을 비롯해 정부와 청와대의 전면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6월 지방선거가 암초처럼 버티고 있다.

◆ 박근혜는 왜 '식물총리' 선택했나

박 대통령은 일단 정 총리의 사퇴 기정사실화를 통해 수습책의 강도를 타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를 비롯해 청와대와 당의 전면쇄신을 통해 ‘2기 박근혜정부’를 출범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고육책으로 사표수리를 유예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정 총리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표의 수리시점과 관련해 "지금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민 대변인이 전했다.

사고수습 이후라는 시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점인지에 대해서 명확히 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그 시점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이 여러 가지를 감안해 고민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 총리가 사의표명 이전에 박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말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민 대변인은 말했다.

일단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사고 대책본부장 역할을 하는 선에서 총리 활동을 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 대변인은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 사고수습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총리로서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흔들리는 박근혜, 시간벌기의 고육책

박 대통령이 정 총리의 대해 사의를 받아들이면서 사표수리 시기를 뒤로 미룬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 총리로 하여금 ‘식물총리’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은 박 대통령이 이중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민심수습을 위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책임을 물으면 사태수습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박 대통령을 갈수록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제기한 책임론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위기의 박근혜, 2기체제 준비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침몰 관련 발언을 마친 후 고개를 떨구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자 그 다음날 참사현장을 방문해 “이곳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책임론의 강도를 훨씬 높였다.

박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는 사고직후 지지율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지만 사고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자 곧바로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진도방문 직후인 18일(금) 71%까지 올랐다가 67.0%(21일 월), 61.1%(22일 화), 56.5%(23일 수)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늦게 대처하고도 신뢰과 지위를 보전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가디언)이라고 비판하는 등 나라 안팎으로 비난강도가 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총리 사의표명이라는 카드를 꺼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 총리 사의표명이 자칫 수습은 뒷전이라는 또 다른 비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수습의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야당은 “세월호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고려해 정 총리의 책임사퇴를 기정사실화하되 그 시기는 사고수습 이후로 미루는 고육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이 "박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표수리 시기를 연기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국민과 야당의 비판에 반응한 결과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선택의 배경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 내각 총사퇴로 제2기체제 출범하나

이제 관심은 박근혜 제2기체제의 출범의 시기와 인적 쇄신 폭이다. 정 총리의 사퇴가 결정된 만큼 개각의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새누리당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연다. 여기에 청와대 진용까지 바뀌게 되면 사실상 박근혜 제2기체제의 출범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내각의 경우 사고수습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시점 전후로 내각 총사퇴의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상황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은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데다 수습과정에서 물의를 빚어 교체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이 장관이나 강 장관은 최근 장관을 맡아 부담이 된다. 그러나 여론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그동안 교체대상으로 지목돼온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들도 개각에 포함될 공산이 높다. 증거조작 사태의 책임자로 여권 내부에서 교체 요구를 받고 있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미 여당 내부에서도 개각론이 제기된 가운데 전면개편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정 총리의 사표 수리를 전후해 내각이 총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카드를 쥐고 정국에 대응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청와대도 개편, 6월선거 이후 가능성 높아

일단 그 시기는 5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세월호 침몰사고의 시신이 수습되고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이 문책인사를 통해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우선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신임총리를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각개편을 단행하는 시기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먼저 신임총리를 지명한 뒤 총리후보자에 대해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무위원 제청권을 상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내각진용을 짤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박근혜, 2기체제 준비한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치권 관계자는 “새 장관에 대해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추이를 보면서 개각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할지 또는 선거 이후에 할지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제2기체제를 출범하게 되면 청와대 참모도 다수 교체될 전망이다. 여권 내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등이 교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비서실장의 경우 제2기 출범의 상징성을 위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이 대폭 교체되면 전체를 총괄해야 할 역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유동적이다.

김 안보실장은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교체여론이 우세하다. 또 박 수석은 정치권에 대한 조율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수석도 각종 경제정책의 혼선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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