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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용의 특별한 기부, 재계의 기부문화 바꿀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8-21 1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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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용의 특별한 기부, 재계의 기부문화 바꿀까  
▲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대림산업과 재계 안팎에 큰 울림을 던졌다.

이 명예회장은 대림산업으로 일군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명예회장은 대림산업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등 2천억 원 안팎의 재산을 갖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대림산업이 보유한 공익재단이 아니라 외부재단에 기부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대림산업은 공익재단인 대림수암장학문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재벌 오너들은 그동안 자신이 만든 재단에 재산을 기부해 우회승계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명예회장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 재계 드문 사례, 이준용 외부재단에 전 재산 기부

이 명예회장은 통일과나눔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부자들의 기부문화는 아직 미흡하다. 이 때문에 이 명예회장의 전 재산 기부 선언이 큰 울림을 낳고 있다.

전 세계 최고의 부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은 ‘더 기빙 플레지’라는 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죽기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캠페인이다.

칼 아이칸, 마이클 블룸버그, 데이비드 록펠러, 빌 애크만, 마크 저커버그, 셰릴 샌드버그, 폴 싱어 등 손꼽히는 부자들이 이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최초 캠페인을 시작할 때 40명이었던 기부자는 200명 가까이 늘었다.

최근 알 왈리드 빈 탈랄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더 기빙 플레지 캠페인을 펴고 있는 빌 게이츠 기술고문의 영향을 받아 320억 달러나 되는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사례와 비교해도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의무)를 실천한 사례로 손색이 없다.

더 기빙 플레지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지만 이 명예회장은 전 재산 기부를 약속했다.

알왈리드 왕자의 경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신이 설립한 ‘알 왈리드 재단’에 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외부재단에 사재를 모두 출연하겠다고 한 이 명예회장의 선택은 더욱 부각된다.

이 명예회장은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재단을 새로 만들어도 되지만 그만큼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미 제대로 활동 중인 곳에 기부하는 것이 경제적 기부”라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명예회장은 1989년 대림산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학문발전과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공익재단인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명예회장의 부친인 이재준 대림산업 창업주의 호인 수암을 따와 재단 이름을 지었다.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은 지난해 총수익 3억4500만 원을 뛰어넘는 4억1500만 원의 목적사업비를 지출했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목적사업비 비중은 30대그룹 34개 재단 가운데 가장 컸다.

  이준용의 특별한 기부, 재계의 기부문화 바꿀까  
▲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 왜 통일재단에 기부했나

이준용 명예회장이 기부를 결정한 통일과나눔 재단은 남북 동질성 회복, 통일 공감대 확산, 인도적 대북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기금을 마련해 각종 단체를 지원하는 곳이다.

이 명예회장은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통일”이라며 통일과나눔에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통일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통일의 경제적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본다. 통일준비위원회는 2050년 통일 한국 1인당 GDP가 7만 달러까지 올라 G20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통일대박론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에도 “내년이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남북간 경제통합을 이룰 경우 연평균 0.8%의 추가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북한이 앞으로 통일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할 수 있다면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도 통일에 관심을 쏟일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림그룹은 통일이 이뤄질 경우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힌다. 남북간 경제교류가 활성화하고 북한경제가 성장할 경우 건설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건설사인 호흐티프는 통일 이전인 1989년에 비해 통일 뒤 10여 년이 지난 2001년 매출이 7.2배나 늘어났다. 자동차회사인 포르쉐(2.4배), 전기전자회사인 지멘스(1.8배)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건설업계는 이 명예회장의 기부를 환영하고 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광복절 건설업계가 사면이란 큰 혜택을 받았는데 이 명예회장이 업계를 대표해 나라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뜻이 통일로 반드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신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에너지사업도 북한시장이 열릴 경우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은 2013년 대림에너지를 설립해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운영 등 민자발전사업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전력사정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은 전력생산의 6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뭄을 겪으며 전력난이 심화했다.

대림산업은 해외에서 수력발전소 건립 경험을 쌓고 있다.

대림산업은 네팔에서 216MW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고 파키스탄에서 496MW급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페인에서 수력발전·댐·상하수도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기부는 이 명예회장의 통일에 대한 염원에 의한 것”이라며 “회사의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반 재벌 여론 완화할까

이준용 명예회장은 구체적 기부방법이나 기부시기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이준용 명예회장이 기부를 약속한 전 재산 가운데 대림산업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42.65%)이 포함돼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을 22.14%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명예회장이 대림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지분을 내놓기로 한 점은 쉽지 않은 결정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준용의 특별한 기부, 재계의 기부문화 바꿀까  
▲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물론 대림산업이 오너 3세로 경영권 승계를 완료해 이 명예회장은 기부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 안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지난달 1일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에 올라 대림산업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차근차근 경영권 승계작업을 해 왔다. 이 부회장은 2001년 대림에이치앤엘 지분 100%를 110억 원에 사들였다. 그뒤 대림에이치앤엘을 키워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했다.

이 부회장은 이 합병을 통해 대림코퍼레이션 2대주주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대림아이앤에스 지분 9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대림아이앤에스와 대림코퍼레이션 합병을 통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26%를 확보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했다.

대림아이앤에스는 대림산업그룹의 시스템통합회사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일각에서 대림아이앤에스는 시스템통합회사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제조회사라는 점을 들어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최근 재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광복절 사면 등으로 재계 오너를 향한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다.

물론 이 명예회장의 기부에 대림산업의 경영권 승계가 끝난 만큼 대림산업이 앞으로 자부심을 품고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명예회장은 기부의사를 밝히면서 “대림가족들이 어디 가서든 칭찬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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