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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싹트는 노조 움직임, 김지형의 준법감시위가 방패 역할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02-05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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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싹트는 노조 움직임, 김지형의 준법감시위가 방패 역할할까
▲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노동법 전문가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감시자로서 노사문제까지 폭넓게 감시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일고 있는 노조 설립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5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위원회는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준법감시업무를 위탁받아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법 위반 사항을 감시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패행위뿐 아니라 노조문제나 승계문제도 준법감시 대상으로 삼겠다”고 말해 위원회의 폭넓은 역할이 기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최초 노동법 주석서인 ‘근로기준법 주해’를 펴냈고 대법원에서 노동법실무연구회를 발족하는 등 국내 노동법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대법관 시절 단순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소리를 많이 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삼성그룹의 노조문제를 살펴보겠다는 뜻을 나타낸 점은 의미가 작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그룹은 2019년 말 노조와해 사건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고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노동법 전문가인 김 위원장의 시선은 적잖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삼성그룹에서는 최근 노조 설립 바람이 거세다. 2019년 11월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소속으로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설립됐고 3일에는 한국노총 산하 공공연맹 소속으로 삼성화재노조가 설립됐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노조 설립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대 노총도 삼성그룹 노조 조직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다른 그룹 계열사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은 삼성노조 설립지원단을 구성했고 민주노총은 미조직전략조직실을 통해 자문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며 노조를 배제해 왔다. 건전한 노사문화 정립을 약속했지만 새롭게 노조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삼성전자 노조가 보낸 노조 참여 홍보메일을 회사에서 일괄삭제하자 노조가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한 후 일부 사업부에만 격려금 지급을 결정하자 노조 설립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노조문제도 감시대상으로 꼽은 만큼 노조 설립과 운영에 대처하는 회사의 활동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를 포괄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이 자칫 노조 방해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원회가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과거와 달리 삼성그룹에 노조가 확산되는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아직 역할과 위상에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위원회가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가 삼성그룹 노조 활동에 순풍으로 작용할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과거 행적을 두고 반노조 성향의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과거 유성기업 노사갈등 관련 상고심에서 회사쪽을 대리해 어용노조 설립과 직장폐쇄, 해고 등의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 때문에 유성기업지회는 김 위원장의 선임을 놓고 “삼성의 꼼수”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노조 쪽에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기대를 낮추고 있는 모습도 나타난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준법감시위의 역할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준법감시위원회가 진정성 있는 기구라면 우리가 보낸 이메일을 삼성이 삭제했을 때 의견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그룹 노사관계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월17일 열린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실태를 평가하기로 했다. 최근 노조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법원도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이 부회장에게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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