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2019년도 연간 실적을 차례대로 발표한다.
두 회사의 실적 대결은 자존심 싸움을 넘어 지난해 금융권을 덮친 위기에 대응능력을 평가하고 올해 사업전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
4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2019년도 연간 실적을 5일 발표한다.
KB금융지주는 6일에 실적을 내놓는다.
신한금융지주가 2017년에 국내 금융지주 지배주주 순이익 1위를 KB금융지주에 처음으로 내주고 2018년에 선두를 되찾으면서 2019년 실적 경쟁에도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3분기까지 KB금융지주에 승기를 잡았지만 순이익 격차가 크지 않고 일회성비용 등 변수도 남아있어 연간으로는 우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2019년 3분기까지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누적 순이익은 신한금융지주가 2조8960억 원, KB금융지주가 2조7771억 원이다.
2019년도 실적 대결의 결과는 금융업계 최대 라이벌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올해 사업전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KB금융지주가 1위를 탈환한다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인수합병 등 외형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해외 등 신사업 분야 성장에도 공격적으로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올해가 조 회장이 연임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첫 해인 만큼 주요 경영목표인 '아시아 1위 리딩금융그룹' 달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우선 국내에서 선두에 오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연말에 연임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실적을 통해 경영성과를 증명하고 그동안 추진했던 성장전략의 지속가능성도 보여줘야 한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도 순이익 1위를 지켰다면 KB금융지주는 현재 논의되는 생명보험사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 가능한 빠르게 도약의 계기를 확보하려 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실적 발표 결과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의미를 넘어 조 회장과 윤 회장의 올해 사업전략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은 두 회사의 위기 극복능력과 조 회장 및 윤 회장의 경영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세계 무역분쟁 심화와 금리 하락, 금융당국 규제 강화 등 금융권 전반을 덮친 악재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면서 금융회사 실적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세계적 불황 장기화로 수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는 만큼 지난해 실적 방어전략을 효과적으로 세운 금융회사가 올해와 내년까지 유리한 상황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은 단지 순이익 규모뿐 아니라 자산건전성 지표, 자금여력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될 수 있다.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두 회사가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추고 인수합병과 신사업 추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충분히 쌓아놓는 것도 중장기 실적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막대한 금액을 들였는데 올해는 최대 수천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KB금융지주는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에 활용할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열쇠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과 경영성과를 반영해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3월 말부터 새 경영목표와 조직개편 방안을 내놓고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총괄조직 중심으로 KB금융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해 전략 수립과 실행이 더 빨라지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만큼 새 경영체제 안착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올해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대한민국 1등 금융그룹의 위상'을, 윤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로 도약을 강조하며 올해도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두고 치열한 자리싸움을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