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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최대생산기지 베트남에 건립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4-25 19: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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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최대생산기지 베트남에 건립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제조공장을 방문해 현지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뉴시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을 삼성전자의 최대 생산기지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 세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따라 많은 협력회사들의 베트남에 동반진출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제조업 공백상태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축구장 100개 규모 공장,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 생산


삼성전자는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사이공하이테크파크 공업단지 안에 70만㎡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는 축구장 100개를 합쳐 놓은 것과 같은 크기다. 국내 광주사업장(69만㎡)보다도 크다. 삼성전자 생산공장 중 최대규모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지금까지 스마트폰과 TV만 생산해왔다. 그런데 이번 최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게 되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을 포함한 생활가전 제품 전반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핵심 생산기지를 짓는 사안을 베트남 정부와 막바지 협상중이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연내 공사를 시작한다.


이번 생산기지 건설은 베트남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먼저 제안해 왔다고 전해진다. 베트남정부는 삼성전자가 호치민에 공장을 세우면 6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4년간도 5% 세율을 적용하며 그 후에도 10% 세율만 부담하도록 했다.

베트남은 유럽연합(EU)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중이다. 2016년 이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발효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제품의 수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 인건비가 낮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월 90~120달러로 중국 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베트남 전체인구 9천만 명 중에서 30세 이하 인구비율이 절반이나 차지한다. 그만큼 젊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은 성실해서 생산성이 주변 국가보다 높다”며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건비는 더 싸지만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에서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1공장’을 지었다. 여기서 매년 1억2천만 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타이응웬성 옌빈공단의 ‘휴대폰2공장’은 올해 말 완공된다. 생산능력은 1공장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생산목표를 5억 대로 잡았다. 이 중 베트남 두 공장에서 2억5천만 대를 생산한다. 이는 국내 생산량의 6배 규모다. 전세계 삼성전자 휴대폰의 절반이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최대생산기지 베트남에 건립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10월 베트남과 중국 등 삼성의 글로벌사업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생산과 시장상황을 점검했다.<뉴시스>

◆ 베트남 ‘국민기업’ 된 삼성전자, 국내 제조업계는 ‘울상’


지난해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이 중 스마트폰 수출이 10%를 넘는다. 베트남이 삼성전자 덕분에 쌀과 커피만 수출하는 농업국에서 기술수출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야말로 베트남의 ‘국민기업’인 셈이다.


올해 삼성전자 국내 휴대폰 생산 비중은 7~8%에 머물렀다. 매년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국내 제조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베트남에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국내 광주공장라인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라인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베트남에서 주로 중저가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해외진출과 고용효과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국내 고용인력은 2008년 1만4천여 명에서 2012년 2만여 명으로 오히려 42% 늘었다. 2009년 베트남 생산을 시작하면서 생산 중심지가 경북 구미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갔다. 그런데도 고용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두고 단순 생산직 일자리는 줄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늘었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는 R&D, 마케팅,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를 가진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로 나가면서 협력사 70여 곳도 함께 따라나간다. 올해 말까지 100개 가까운 업체가 베트남으로 제조기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지에 동반진출해서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않으면 발주가 끊긴 전례가 있다”며 “각 업체마다 인건비 부담 등 사정은 다르겠지만 삼성전자도 동반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조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 중 하나다. 제조업으로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연관산업을 활성화하면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 진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제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계는 삼성전자와 협력기업 50여 회사가 해외에서 고용하는 인력을 합치면 12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고용인원은 9500여 명에 불과하다.


한 대학의 경제학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내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단기성과에만 집중하는 의사결정이 빈번해졌다”며 “베트남 중국 등 해외에 스마트폰 생산을 집중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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