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2019년 10월23일 삼성SDI 울산사업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안전성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 |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원인 발표를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다.
삼성SDI는 조사위원회에서 화재가 배터리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터리를 화재원인으로 보고 있는 시각도 존재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관련 2차 민간합동 조사위원회가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어 화재원인과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후 보고서 법률 검토와 산업통상자원부 조율을 거쳐 이달 안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조사위는 2019년 8월30일부터 10월27일까지 발생한 5건의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원인을 다룬다. 이 가운데 2곳이 삼성SDI, 3곳이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조사위가 화재원인에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19년 6월 1차 조사위가 배터리 자체를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으나 1차 조사 이후에도 화재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제조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 최종 조사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애초 2019년 12월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차 조사위는 처음에 배터리 결함이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SDI는 자체 분석결과와 검증을 통해 배터리 문제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 안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책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결과를 놓고 배터리 제조사별로 다소 차이나는 반응도 나타난다. 삼성SDI는 배터리가 원인이라는 데 강하게 반발하며 끝까지 소명에 나선 반면 LG화학은 조사위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내며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문제는 절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조사위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기존의 화재안전대책을 추진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 차원에서 윤리경영을 중시하고 있는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I도 준법실천 서약에 참여하는 등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신년사에서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의지를 나타났다. 전 사장은 2019년 10월 선제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화재 안전대책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 이후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수주가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조사결과가 매듭지어지면 어떤 방식이든 신뢰회복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삼성SDI에게 다행인 점은 에너지저장장치와 함께 중대형전지사업의 한 축인 전기차배터리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는 점이다. 삼성SDI로서는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성장성이 향후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주가는 최근 500달러를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100조 원을 상회한다. 테슬라가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전기차시장 성장을 향한 시장의 확신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배터리기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SDI 주가는 14일 장중 한때 역대 최고가인 27만4500원까지 치솟았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전기차시장 회복을 전망한다”며 “2020년 안에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부문이 분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