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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3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마침내 자유인이 됐다. 최 회장 사면은 재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재계와 SK그룹은 직간접적으로 온갖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광복절 특사에서 최 회장만 재계에서 거의 유일한 수혜자가 된 점은 앞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SK그룹 숙원 풀었다
최 회장은 13일 발표된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사면 명단에 14명 기업인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최 회장은 수감된 지 926일 만에 출소하게 돼 역대 재벌총수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을 복역한 기록을 세우고 자유를 찾았다.
SK그룹은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며 “경제 활성화와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재계와 SK그룹은 그동안 최 회장 사면을 위해 주력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연봉 301억 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187억 원 전액을 기부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책을 발간하는 등 옥중에서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최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소위는 해군장교로 입대한 뒤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파견되는 등 SK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최회장 사면을 위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인 사면 가능성을 제기해 정관계가 먼저 멍석을 깔아줬다.
그러자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2월26일 “최 회장은 경영을 잘 하려다가 범법을 저지른 경우로 형기의 반을 모범수로 마쳤다”며 “경제활동 전념을 위해 가석방보다 사면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올해 초 “다른 것은 몰라도 최 회장은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재계 관계자들은 더욱 최 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7월 “최태원 회장의 형기의 3분의 2 이상 마친 모범수”라며 “사면을 받으면 사회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공헌해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SK그룹은 6월 내수활성화를 위해 100억 원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지난 5일 내년부터 2년 동안 청년 일자리 2만4천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최태원, 경영복귀 언제쯤
당초 최 회장이 사면은 돼도 복권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최 회장에게 사면과 동시에 복권도 안겨줬다.
최 회장은 복권이 안 될 경우 현행법에 따라 5년 동안 관련회사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 경영활동은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사면에 복권까지 받아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됐다.
최 회장은 곧바로 SK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 한 발 뒤에서 SK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 큰 그림 그리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면이나 복권을 기대하던 재벌총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최 회장만 광복절 특사 혜택을 받아 당장 적극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데 부담감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심지어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사면에서 제외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 등이 모두 제외됐는데 최 회장만 나왔고 복권까지 된 상황”이라며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아무래도 다른 기업들의 눈치가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우 2009년 12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단독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는데 3개월이 지난 뒤인 2010년 3월 회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경영복귀가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삼성그룹 사장단이 복귀 건의문을 작성하는 등 삼성그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 회장은 경영복귀를 결정했다.
최근 반 재벌 정서와 재벌개혁 요구가 높아진 점도 최 회장의 조기 경영복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부터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승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까지 재벌에 대한 반감은 매우 악화하고 있다.
이번 사면을 놓고 말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과거 기업인 사면에서 증명된 게 없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기업인 사면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경실련은 7일 “최태원 회장 등은 과거에도 사면됐지만 다시 수감된 재범”이라며 “특혜적 관용이 없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이 54%로 찬성하는 의견인 35%를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경영복귀에 더욱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연내 복귀하기보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지주회사 SK 대표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