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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선박연료유 규제 임박, 정유4사 불황 돌파구 기대품어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19-12-16 1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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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IMO2020)가 1월1일부터 시작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의 정유4사는 저유황유(LSFO)시장을 선점해 수혜를 보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저유황유를 통해 정유업황 불황에 따른 실적 감소분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해사기구 선박연료유 규제 임박, 정유4사 불황 돌파구 기대품어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왼쪽),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는 저유황유 판매 준비를 마친 데 이어 생산량을 더욱 늘리기 위한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로 선박연료유의 황함량기준이 3.5%에서 0.5%로 낮아지면 황함량이 적은 저유황유가 선박연료유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4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저유황경유뿐만 아니라 대체재로 꼽히는 저유황중유의 판매에도 나서는 등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말 1조 원의 투자를 결정했던 자회사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는 당초 계획보다 3개월가량 빠른 2020년 3월 말이면 상업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 기름(잔사유)을 정제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 경질유를 생산하는 설비로 SK이노베이션에 연 2천억 원가량의 추가 영업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과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명절마다 울산산업단지(CLX)를 찾아 현장 인력들을 격려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저유황중유를 판매하고 있다.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싱가포르 앞바다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임차해 황함량이 극단적으로 낮은 초저황경유에 중유를 섞어(블렌드) 초저황중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초저황중유를 하루 2만3천 배럴 생산하고 있는데 2020년부터는 생산량을 9만 배럴까지 늘린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저유황유 생산체제를 일찌감치 갖춘 데 디어 추가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4조8천억 원을 투자한 잔사유 고도화설비/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RUC/ODC)를 지난해 말 완공해 하루 6만3천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5월에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잔사유 탈황설비(RHDS)의 증설에도 들어갔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증설 프로젝트인 ‘수퍼 프로젝트’는 애초 3단계의 석유화학 및 고부가제품 생산설비 투자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로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기존 3단계 계획을 잔사유 탈황설비 증설투자를 추가한 4단계 계획으로 확장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고도화설비만으로 하루 5만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체제를 갖추고 앞서 5일 저유황유 전용 브랜드 ‘현대스타’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스타를 통해 연 1천억 원가량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고도화율을 더욱 끌어올려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021년 3분기까지 상압증류공정(CDU)과 감압증류공정(VDU) 설비의 증설에 24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설비투자 없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그룹 계열사 보령LNG터미널을 통해 LNG(액화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설비투자 없이 기존에 공장연료유로 쓰이던 저유황유를 판매로 돌리고 공장연료를 LNG로 대체하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이미 보령LNG터미널의 1단계 저장탱크로부터 LNG를 공급받고 있으며 2021년 하반기 완공되는 2-2단계 탱크의 이용계약도 체결해둔 상태다. 앞으로 저유황유 수요에 따라 공장연료의 전환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유4사의 선제적 규제 대응에 업계의 시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국제해사기구 선박연료유 규제 임박, 정유4사 불황 돌파구 기대품어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왼쪽),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글로벌 에너지시장 분석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래츠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유사들은 이미 저유황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며 “아시아에서는 한국 정유사들이 2020년부터 열리는 저유황유시장에 가장 잘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유황유시장의 크기가 큰 만큼 정유4사도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다른 에너지시장 분석기관 에너지애스펙츠는 2020년 환경규제가 시행되면 하루 300만 배럴의 글로벌 선박연료유 수요 가운데 저유황유가 150만 배럴을 차지하고 장기적으로는 200만 배럴까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9일~13일) 저유황유의 현물(스팟)가격은 해양경유 기준 배럴당 85.2달러로 집계됐다. 규제 시행으로 하루 1억3천만 달러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정유4사는 모두 글로벌 정유업황 악화의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저유황유시장의 개화를 실적 부진 극복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며 석유제품의 수요가 줄자 정유4사의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2018년 정유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6523억 원으로 2017년보다 40.2%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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