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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 '이념'보다 '수능 불안'에 무릎끓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1-07 15: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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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는 끝내 외면당했다. 이념논쟁을 벌이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그 끝은 너무나 초라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무릎 끓인 것은 '이념'이 아니었다. "교학사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는 '불안'이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에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 '이념'보다 '수능 불안'에 무릎끓어  
▲ 전주 상산고 박상옥 교장이 7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발표했다

7일 현재 교학사 교과서를 교재로 채택한 학교는 사실상 전무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던 학교들도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모두 철회를 선언했다. 남은 건 군자녀 기숙학교인 한민고 뿐이다. 한민고는 아직 개교하지 않은 학교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 "수능 시험을 못 본다는데... 당장 교체해라"


채택학교가 제로인 것은 교학사 교과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교학사 교과서가 철저하게 배제되는 것은 교재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교학사 교과서로는 수능 등 시험을 볼 때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그 주장은 그대로 수용되었다.


지난달 19일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사연구회 등 7개 학회는 ‘교학사 <한국사> 검토 - 교과서가 되지 못하는 이유’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역사학자들은 교학사 교과서의 652개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연태 역사연구회 부회장은 “학계 안에서도 사관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는 사실과 허구, 진실과 왜곡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로 2013년 수학능력시험의 한국 근현대사 시험을 봤을 때, 50점 중 겨우 25점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보오류와 사실 누락이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50점 중 45점은 받을 수 있으며 이는 8종의 역사교과서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학부모의 마음은 기울어졌다. 오히려 "45점 밖에 받지 못한다고?" 하는 불안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하기로 한 한 학교의 학부모는 “왜곡된 역사관도 문제지만 이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에서 틀릴 수 있다는데 당장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보통 학부모들은 학교 문제에 대해 자녀 걱정 때문에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 여느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 여전히 이념 대결로 몰고 가 살려보겠다고 하는데...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여전히 이념 갈등을 교학사 교과서 탈락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 '이념'보다 '수능 불안'에 무릎끓어  
▲ 지난 12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근현대사 역사교실'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우)과 이명희 공주교대 교수(좌)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6일 오후 보수단체 신년회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두고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을 거쳐 통과된 역사 교과서를 전교조의 테러에 의해 채택되지 않는 나라는 자유대한민국으로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근현대사 역사교실’을 만들어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해 왔다.


교학사 교과서 공동저자인 이명희 공주교대 교수 역시 김 의원과 함께 참석한 신년회에서 "(교학사 외 교과서는) 북한을 옹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전교조가 원하는 교과서라는 것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이 교수 모두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은 배후에 전교조를 꼽은 것이 주목된다.


교육부는 6일부터 교학사 교과서 선정 철회 학교에 대한 특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교과서 선정 번복 이유와 외압 여부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나 편향성이 아닌 '수능 성적'이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내용에 문제만 없었다면 우편향이든 좌편향이든 학부모단체에서는 반대로 외압을 넣어서 채택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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