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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임박하면서 양측이 우호지분 확보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삼성물산은 13일 ‘삼성물산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요 신문 1면에 일제히 광고를 게재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전국 100여개의 신문과 포털사이트 배너 등에 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14일부터 보도채널과 종편채널, 증권방송에도 광고를 내 주주들에게 단 한주라도 위임해 달라고 호소하려고 한다.
삼성물산은 광고 물량공세 외에도 임직원들이 직접 나서 소액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이 직접 나선 것은 물론이고 임원부터 평사원까지 주주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합병 관련 태스크포스와 상황실 개념인 워룸(war room)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이처럼 주주들 표심 잡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 결과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합병 표대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합병 성사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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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이 신문 1면에 게재한 광고. |
그러나 주총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삼성물산이 합병가결에 필요한 찬성표는 주총 출석률 70% 기준 46.47%, 80% 기준 53.33% 이상이어야 한다.
13일 기준으로 확인된 찬성표는 30.99%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 13.82%,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수한 KCC 5.96%, 국민연금 찬성분 11.21%다.
이밖에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삼성물산 지분 11.05%를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찬성도 얻어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일단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이상 국내 기관투자자 대부분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찬성표를 더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소액주주 설득에 올인하는 이유도 이들 가운데 15% 지분 정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서 삼성물산의 여론전 양상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표심이 드러나기 전까지 해외 투기자본에 맞서는 국익적 정서에 호소했다면 소액주주들 대상으로 합병법인의 주가상승이라는 실익을 부각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13일 낸 광고에서도 “합병을 통해 바이오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회사들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이 무산될 경우 두 회사 주가가 조정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초과수익을 모두 반납할 것이고,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와 ISS 평가금액의 차이만큼 조정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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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이 지난 2002년 6월24일 한일 월드컵 경기 당시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넥서스 최영익 대표 변호사, 이재우 변호사, 폴 싱어 회장, 아들 고든 싱어.<엘리엇매니지먼트 제공> |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의 공세에 맞서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폴 싱어 회장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폴 싱어 회장이 2002년 월드컵 기간에 붉은 악마 복장을 입고 한국을 응원했다”며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이른바 ‘먹튀’ 논란을 잠재우는 데 힘을 쏟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합병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 대표도 1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경영권 위협론이나 먹튀론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스미스 대표는 “삼성이 제기하는 ‘경영권 위협론’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상) 정부-투자자 간 소송 제기론은 ‘007 영화’에 나오는 음모론보다 더 심한 내용”이라며 “20년 전부터 한국에 투자해 왔고, 그동안 우리가 투자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수년간 투자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