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임기의 끝을 앞두고 경제사회노동위 의결구조를 바꿔 정상화의 실마리를 만들어낼까?
14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 위원장은 조만간 경제사회노동위 본위원회의 의결구조와 위원 관련 절차 등을 규정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의제·업종별 위원회에서 합의한 사안을 본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의결하면 효력을 발휘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의결구조는 경제사회노동위가 공전하는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의제별·업종별 위원회가 계속 활동하더라도 본위원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4월 말에 운영기간이 끝났다. 아직 운영 중인 의제별 위원회들도 19일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와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원회를 끝으로 활동을 마친다.
이렇게 되면 주요 현안에 관련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의 창구가 닫히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전반이 모두 끊기게 된다.
한국노총이 6월에 우체국 집배원들의 과도한 노동 문제와 관련된 의제별 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에 설치하자고 제의했지만 본위원회가 계속 무산되면 이런 방안도 시행하기 힘들다.
문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8월 말에 임기를 마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의 개점휴업 상태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고려해 문 위원장은 임기를 끝내기 전 경제사회노동위의 의결구조를 바꿔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사회적 대화를 재개할 기반을 쌓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적절한 효율적 방안을 찾아 경제사회노동위를 정상화하겠다”며 “임기를 마치는 8월까지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경제사회노동위 본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완화해 의제·업종별 위원회에서 합의한 사안의 최종 의결을 더욱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혹은 최저임금위원회처럼 한쪽 위원들이 연속으로 불참하면 남은 위원들이 의결 정족수와 별도로 최종 의결을 내릴 수 있는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본위원회는 전체 위원 18명의 절반 이상이 출석하고 노동계, 경영계,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들 가운데 각각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다.
이 때문에 본위원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 5명, 정부위원 4명, 사용자위원 5명, 공익위원 4명 등 18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3명이 빠지면 본위원회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한다.
본위원회 회의가 3~4월에 세 차례 무산된 점도 의결 정족수와 연관돼 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근로자위원 3명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해 의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명시되지 않은 본위원회 위원 해촉안을 신설하는 쪽으로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는 본위원회 위원의 위촉 조항만 있고 기존 위원을 중도에 물러나게 만드는 조항은 없다. 다른 행정위원회 규칙에 해촉 조항이 있는 점과 비교된다.
문 위원장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근로자위원 3명을 바꿀 것인지 질문받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을 찾겠다”고 돌려서 대답하기도 했다.
다만 문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을 통한 의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면 노동계 일각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회노동위의 의결구조가 기존의 노동계, 경영계, 정부 중심으로 바뀌면 이전의 노사정위원회와 차별화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근로자위원 3명도 4일 본위원회 회의가 미뤄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주요 노사단체의 보조가 아니라 전체 90%에 이르는 미조직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의 의결구조를 바꾸려 한다면 이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의 의제도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합의가 힘든 거대 담론에 너무 치중하기보다는 비교적 작은 의제부터 합의를 끌어내는 성과를 쌓으면서 사회적 대화를 확대할 토대를 쌓는 쪽이 경제사회노동위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