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올해 일본에서도 ‘엑소’ 덕을 볼 듯하다. 엑소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첫 공연으로 일본 팬들에게 화려한 첫인상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에 특히 1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어, 엑소가 일본 내 혐한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한류를 이끌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일본 첫 콘서트 ‘대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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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
일본에서도 엑소의 ‘대세돌’이라는 별명이 통했다. 엑소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총 5회에 걸쳐 ‘엑소 그리팅 파티 인 재팬 헬로(EXO Greeting Party in Japan Hello)’ 공연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 10만 명 규모의 현지 팬들이 몰렸다. 이미 공연 전부터 티켓 응모건수가 50만 건이 넘었다. 티켓 응모자 5명 중 1명만이 콘서트를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SM엔터테인먼트는 원래 4회로 예정됐던 공연을 5회로 늘렸다. 일부 일본언론은 마치 세계적 팝스타의 방문 공연만큼 뜨거웠던 공연상황을 보도했다.
엑소는 ‘으르렁’, ‘늑대와 미녀’, ‘12월의 기적’과 같은 히트곡 등 총 9곡의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또 팬들의 다양한 질문에 멤버들이 미리 연습한 일본어 인사말로 화답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10~20대 여성뿐 아니라 10대 남성 팬과 어린이 팬도 있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친구 2명과 공연장을 찾은 18세 다이스케는 “학교 축제 때 엑소의 춤을 따라 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엑소는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이라 좋아한다”며 “직접 엑소의 퍼포먼스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에 첫인상을 제대로 심어준 엑소는 오는 1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삼성뮤직과 함께하는 ‘EXO 컴백쇼’를 연다. 여기서 새 미니앨범 타이틀곡 ‘중독’의 첫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엑소의 ‘중독’은 11일 티저영상이 유튜브 공개된 지 하루만에 200만 뷰를 돌파하고 시간당 1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엑소는 잠실공연에서 최고 히트곡인 ‘으르렁’보다 더욱 강렬하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지난해에 이은 엑소의 활약에 SM엔터테인먼트 분위기가 좋아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6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액은 1천15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이른다. 해외매출 중에서도 일본에서 거둔 매출이 842억 원으로 가장 많다.
업계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2일 엑소의 활동 재개에 따른 SM엔터테인먼트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유지’와 목표주가 6만원을 점쳤다.
진홍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신규 아티스트의 부재가 거물급 신인 엑소의 등장으로 해소됐다”며 “올해부터 엑소는 아시아 전역으로 활동 범위을 넓혀 실적 기여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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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컴백 예정인 '엑소' 티저 이미지 <사진=SM공식 홈페이지> |
◆ 30대 이상 여성에서 10대로…꺼져가는 한류 불씨 살리나
엑소 일본진출의 걸림돌은 일본이 우경화되면서 한류불씨가 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 ‘혐한’ ‘반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한류스타 관계자는 “한창 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수익이 줄었다”며 “특별한 일이 아닌 경우 가봐야 적자”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일본 열도를 흔들었던 분위기와 확연히 대조된다. 당시 ‘겨울연가’는 30~40대 여성 소비층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 5대 지상파 방송사에서 한국드라마가 자취를 감췄다. 후지TV는 2012년 8월 당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전면 중단했다. NHK도 현재 방영 중인 '동이'를 끝으로 5월부터는 영국 드라마를 편성한다.
혐한 분위기는 K팝 스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녀시대와 카라는 최근 일본 성인영화(AV)에 출연한다는 언론보도에 속앓이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혐한 기류가 가라앉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 우리 역시 답답하다”고 말했다.
엑소의 이번 콘서트는 일본 1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는 30~40대 여성이 주축이던 일본 내 K팝 한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재근 평론가는 “동방신기나 소녀시대 이후 아이돌 가수가 크게 성장하지 못해 한류 아이돌의 흐름이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엑소가 차세대 대형 한류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류 1세대로 불리는 동방신기는 2007년 데뷔 2년 만에 일본 오리콘차트 1위를 차지했다. 3월 발매한 앨범 ‘트리’로 4월 오리콘 월간 앨범 차트도 1위에 올라 영향력을 입증했다. 엑소가 미니앨범 발매를 앞두고 일본 오리콘차트를 빠르게 석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