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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이중근 부영 회장이 활발하게 펼치는 기부는 부영의 사업과 어떤 관계일까?
자수성가한 부호의 순수한 사회환원 활동인가? 아니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가리기 위한 이미지 개선용인가?
이중근 부영 회장은 기부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인이다. 이 회장은 특히 교육기부에 적극적이다. 이 회장이 전국의 학교에 기부한 기숙사 ‘우정학사’만 해도 100여 곳이 넘는다.
이 회장은 평소 “교육재화는 한 번 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재생산이 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최근 도서기부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이례적으로 역사서를 펴냈고 학교와 행정기관, 각종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런 기부행위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가난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해 큰 부를 쌓아올렸다. 이 회장은 서민들을 겨냥한 임대주택사업으로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 때문에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의지는 남다르다.
하지만 이 회장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독단적 경영에 대한 이미지 개선용으로 기부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부영 스스로도 사업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기부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이중근의 역사서 보급 “올바른 역사교육은 의무”
이 회장은 지난 5월27일 새마을운동중앙회에 ‘6‧25전쟁 1129일’ 요약본 100만 권을 기증하고 국내외 봉사활동 공동추진과 교류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이 보급한 ‘6‧25전쟁 1129일’ 요약본은 400만 부가 넘는다.
‘6‧25전쟁 1129일’ 요약본은 2013년 이 회장이 펴낸 1천여 쪽 분량의 ‘6‧25전쟁 1129일’을 400여 쪽으로 요약한 책이다. ‘6‧25전쟁 1129일’은 6‧25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 날씨와 전황, 국내외 정세와 관련국 행보를 일지형식으로 정리한 편년체 역사서다.
이 회장은 전후세대에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역사서를 펴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역사를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게 하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광복 1775일’도 펴냈다. 1945년 8월15일부터 1950년 6‧25가 발발하기까지 1775일 동안 격동기를 편년체로 정리한 역사서다. 2546페이지 3권 분량과 3512페이지 10권 분량 두 종류로 나왔다.
이 책은 이 회장의 판단이나 의견은 배제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출판기념회에서 “사실이 사실로 남도록 나는 기록만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학교에 기숙사를 지어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지난달 7일 청주 세광고등학교에 기숙사를 건립해 기증했다. 이 회장은 1978년 순천공업전문대학을 건립해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기숙사 100여 곳을 포함해 교육복지시설 160여 곳을 기부했다.
이 회장의 기부행위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필요한 곳에 시설을 기부하는 것”이라며 “사업과 기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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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14년 12월18일 '광복 1775일'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부영그룹> |
◆ 이중근의 '황제 경영' 스타일
이중근 회장이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것과 달리 경영은 외부에 잘 노출돼 있지 않다. 부영그룹의 기업규모가 상당히 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경영 스타일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부영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 27위에 올랐다. 자산규모가 15조7천억 원에서 16조8천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면서 지난해 28위에서 한 단계 순위가 올랐다. 계열사도 14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
부영그룹은 민간기업만 놓고 보면 16위다.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OCI그룹, 효성그룹보다 규모가 크다.
하지만 부영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상장기업은 하나도 없다. 공기업을 제외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상장사를 거느리지 않은 곳은 부영과 중흥건설 두 곳뿐이다. 중흥건설은 이번에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부영은 특히 대기업집단 가운데 오너 지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이 회장 일가는 부영그룹 전체 지분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혼자 부영그룹 전체 지분의 40.1%를 갖고 있어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부영은 경영의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특히 계열사끼리 자금거래와 배당 등으로 이 회장 일가의 부만 축적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사나 사외이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부영에서 92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당시 부영은 계열사 부영주택으로부터 100억 원을 차입했다. 이 회장은 2013년 부영그룹에서 378억 원을 배당받았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영은 창업오너가 소유하고 있을 뿐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폐쇄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시의무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영 “기부활동은 사업목적이었다”
이중근 회장이 부영을 통해 펼치는 기부활동이 전적으로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의 단초는 부영 스스로 제시했다.
부영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262억9601만 원 규모의 기부를 했다. 교육시설을 지어주고 기자재를 사 준 것이다.
그런데 부영은 이 비용 가운데 일부를 기부금이 아닌 해외사업비로 회계처리했다.
그러자 세무당국은 공제범위를 초과한 기부금을 사업비로 처리한 것은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기부금 공제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 26억9738만 원 상당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부영은 이에 반발해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부영은 소송과정에서 해당 기부금은 해외 진출과정에서 부영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광고선전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부영은 기부행위가 해당 국가에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었다고 강조했다.
부영의 법인세 소송은 1심과 2심을 거쳐 지난해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 대법원은 부영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기부금을 사업비로 처리했다는 원심의 판결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다만 법인세에 대한 이자를 계산한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보고 이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결과적으로 부영은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기부가 사업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스스로 기부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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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월5일 제주 삼성여자고등학교와 우정학사 건립기증식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 |
◆ 이중근, 자수성가 부자가 되기까지
이중근 회장은 1941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이 회장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이 회장은 순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지금은 없어진 상지고등학교를 다녔다.
이 회장은 1960년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지만 생계가 어려워지자 학업을 중단하고 공군에 입대했다.
이 회장은 제대한 이후에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3학년까지 다니다 중퇴했다. 이 회장은 입학한 지 37년만인 1997년 비로소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 회장은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2004년 행정학 박사학위까지 받아 배움의 한을 풀었다.
이 회장은 1972년 3월 우진건설산업을 설립해 중동건설 특수를 누렸다. 우진건설산업은 상장기업으로 도약했으나 중동특수가 사라지면서 해외건설 수주경쟁이 치열해지자 1979년 부도로 폐업했다.
이 회장은 1983년 부영의 전신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재기했다. 이 회장은 1984년 제정된 임대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임대주택사업을 주로 했다. 삼진엔지니어링은 1992년까지 2천여 세대를 분양하고 1만1천여 세대를 임대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세발자전거처럼 빠르지 않지만 안전하게 달려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는데 임대주택사업은 여기에 잘 맞았다.
이 회장은 1993년 삼진엔지니어링을 부영으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성장가도를 달렸다. 부영이 급성장하자 당시 김영삼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부영은 건설업이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은 1998년에도 임대주택 9813세대 등 9933세대를 건축하며 위기를 넘었다. 임대주택사업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덕분이었다.
이 회장은 2004년 2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무혐의로 결론나기는 했으나 이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번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사건으로 잠시 경영일선을 잠시 떠나 있다가 2011년 복귀했다.
이 회장은 자수성가 부자 순위 1위에 올라있다. 이 회장의 자산은 약 2조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