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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3대 잇는 '승마사랑'을 접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4-11 15: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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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3대 잇는 '승마사랑'을 접다  
▲ 2013년 국내 최초 말 갈라쇼 '페가수스 페스티벌' 사진 <사진=대한승마협회 홈페이지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수년간의 ‘승마사랑’을 거뒀다. 신은철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포함해 한화 그룹 관련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다. 승마계는 한화그룹의 이런 갑작스런 결정에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치권 실세의 딸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 대한 의혹이 일자 경영복귀를 앞둔 김 회장이 자칫 구설에 휘말릴까 우려해 손을 뗀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한화, 정치싸움에 발빼...대한승마협회, 재원 마련 걱정

대한승마협회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9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신은철 회장을 비롯해 핵심지도부 5명이 전격사퇴했다. 김효진 실무부회장, 안중호 부회장, 전유헌 이사, 손영신 이사가 모두 물러났다. 서울대 교수인 안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모두 한화그룹 소속이다. 3대째 이어 온 한화그룹의 승마 후원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한국 승마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11개 금메달을 따왔다. 그런데 이번 줄사퇴로 안방에서 개최되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승마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갑작스럽게 한화그룹이 발을 뺀 데 대해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승마인은 “최소한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한화가 책임져야 한다”며 “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10억여 원을 지원해온 한화그룹이 후원사 역할을 그만두게 되면 협회는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는 “다음 주 초 이사회를 열어 후임 회장 선출과 관련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손을 떼게 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권력 싸움과 관련이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딸이 특혜를 받아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윤회씨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청와대 안팎에서 ‘그림자 권력’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정윤회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5월 대한승마협회 살생부가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고, 청와대 지시로 체육단체 특감이 추진돼 살생부에 오른 인사들에게 사퇴 종용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것이 승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 문제는 단순 의혹제기에 불과하고 아무 근거가 없는 걸로 안다”며 일축했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도 “승마 국가대표는 국내외 성적 1년치를 합산해서 뽑기 때문에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 복귀 앞둔 김 회장, 한화 50년 승마후원 접어

한화가 대한승마협회 지원을 끊은 것은 김승연 회장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에 위험이 되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김무현 대한승마협회 경기이사는 “한화에서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 문제에 휩쓸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승마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연, 3대 잇는 '승마사랑'을 접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의 승마사랑은 김종희 한화 창업주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1964년 도쿄올림픽 때 한국 승마대표팀이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도왔다. 당시 외국에서 말을 빌려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를 이어받아 ‘갤러리아 승마단’을 운영하고 ‘한화그룹배 전국승마대회’를 직접 개최했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선은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나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다. 김씨는 김 회장의 후원으로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승마교육을 받아왔다. 그는 아시아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2년 국내 승마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 최고급 그랑프리 대회인 독일 뮌헨 대회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신은철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현재 한화생명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2013년 6월 한화생명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대한승마협회에 2012년 6월 취임해 2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승마를 이끌어 왔다. 2013년 6월부터 아시아승마협회를 맡을 정도로 개인적 명예도 얻었다. 신 회장은 결국 2017년까지 임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승마협회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아시아승마협회장 사퇴에 대해서 아직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의 ‘승마 사랑’은 역사도 깊고 가족도 얽혀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승마 투자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화그룹이 급하게 발을 뺀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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