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지만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세웠던 공격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하반기에 출시할 신차에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미국 안착 여전히 고전, GV80과 G90에 기대 걸어

▲ 제네시스 'G80'.


4일 현대차에 따르면 5월 미국에서 판매된 제네시스 차량은 모두 2313대다. 2018년 5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네시스의 중형 스포츠세단 G70이 라인업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판매성적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G70을 제외하고 제네시스의 플래그십(기함) 대형 세단인 G90과 준대형 세단 G80만 놓고 본다면 이 두 모델의 5월 판매량은 866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0% 가까이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G90과 G80 판매량은 각각 32.2%, 16% 감소했다.

1~5월 누적 판매량으로 시야를 넓히면 제네시스의 미국 부진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1~5월에 G90과 G80을 모두 3598대 팔았다. 2018년 같은 기간 판매량이 6506대와 비교해 실적이 거의 반토막났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에 투입된 G70이 G90과 G80의 판매 부진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로서는 제네시스의 판매 부진을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후 2016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여태껏 의미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판매량은 2016년 2만6409대에서 2017년 2만740대, 2018년 1만580대까지 급락하며 내리막길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판매망을 분리해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다가 딜러들과 갈등을 빚은 탓에 판매가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브랜드 출범 3년이 다 돼가도록 시장 안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딜러들과 판매망 분리문제에 합의했고 미국 모든 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올해 제네니스의 판매 정상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올해 미국 판매목표를 3만1천 대로 잡으며 브랜드 독립 이후 최대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속도대로라면 제네시스가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5월 합산 판매량(G90, G80, G70)을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미국 제네시스 판매량은 2만 대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판매량을 거두는 것이다.

제네시스의 올해 미국 판매 성적은 하반기에 출시될 브랜드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의 성공 여부에 달린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GV80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해 출시할 예정이던 G80의 출시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사실상 GV80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SUV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최초의 럭셔리카 GV80의 판매가 성과를 낸다면 오랜 기간 지속된 부진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GV80 이외에도 지난해 말 부분변경한 G90을 미국에 투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