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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희 동부그룹 건설 디벨로퍼부문 겸 농업 바이오부문 회장(좌)과 오명 동부그룹 제조유통부문 회장(우) <뉴시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정·관계 출신 인물 사랑은 유별나다. 얼마 전 ‘성추행 국회의원’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최연희 전 의원을 영입하면서 김 회장의 사랑이 다시금 확인됐다.
김 회장은 지난 7일 최연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을 영입했다. 김 회장은 최 전 의원에게 건설과 농업 분야를 맡기고 회장으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같은 고향 출신이자 동갑내기 ‘절친’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최 회장의 폭넓은 안목과 경륜들을 높이 샀다며 영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현재 처해있는 위기상황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영입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김 회장의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구조조정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 회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과거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도덕성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을 회장 자리에 올릴 수 있겠느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동부그룹에 최 회장 말고 또 한 명의 관계 출신 회장이 있다. 바로 지난해 2월 영입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다. 당시 김 회장은 오 회장에게 전자와 IT, 반도체 부문을 맡겼다. 오 회장은 현재 동부그룹 제조유통부문 회장과 동부하이텍 각자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오명, 최창식, 박용인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오명, 최창식 2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오 회장도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그간 쌓아온 경험을 인정받아 동부그룹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오 회장은 김 회장의 경기고 선배인데 학연으로 김 회장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과 비슷하다.
다만 오 회장이 최 회장과 다른 점은 전문성이다. 오 회장은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시절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만들고 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직접 체결해 나름의 업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부그룹의 사외이사에도 굵직굵직한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이수휴 전 재무부 차관은 이번에 동부화재 사외이사로 재선임 됐다. 이 전 차관은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제4대 보험감독원장을 지냈고 1998년까지 제17대 은행감독원장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엄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은 그동안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왔다”며 “보통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금융당국과 원활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법무법인 율촌 고문도 동부화재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박 고문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증권업황 불황으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동부증권은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새로 두 명 영입했다. 동부증권은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을 지낸 황인태 중앙대 교수와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장범식 숭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을 지낸 정의동 전 골든브릿지증권 회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 됐다.
김 회장이 다수의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김 회장 개인에게 전혀 관계없는 분야가 아니다. 김 회장의 아버지인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은 1954년 제3대 민의원에 당선된 후 7선을 기록한 정치인이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택기 전 동부화재 대표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태백·정선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재계는 김 회장이 정·관계 출신 인물들을 로비를 위한 ‘연줄’로 쓰려 한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에 영입한 최연희 회장이 그렇다. 최 회장은 자신이 맡은 건설과 농업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최 회장은 국회의원 4선을 지냈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영입은 최근 ‘동양사태’의 주인공인 동양그룹의 1년 전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로비스트 역할을 맡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파워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당시 동양파워는 삼척지역 석탄화력발전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최 회장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김 회장도 최 회장의 정치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