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05-14 15: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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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격화와 국내 경기 부진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연일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남아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189.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187.5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쓴 데 이어 또 다시 올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장 초반에는 1190원을 넘으며 2017년 1월11일(1202원)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줄곧 1170원을 밑돌았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하는 등 두 나라가 10일 고위급 무역협상 결렬 이후 다시 무역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와 금,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진 데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향한 의구심도 원화가치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의 가치 하락폭이 큰 데다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졌다”며 “유가상승, 국내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등으로 외화 수급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한국 경제성장률 부진과 같은 경기 기초체력 요인, 북한 불확실성 등이 원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고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 5월호에서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며 2개월 연속으로 ‘경기 부진’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항공이나 정유, 철강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비용부담이 커지지만 반대로 백화점, 호텔 등 유통업계와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업환경이 마련된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한국이 수출의 24%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무역갈등 당사국인 만큼 낙관하긴 어렵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를 넘는 등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10일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를 넘어서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떨어진 1177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자칫 원화가 외국인투자자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위기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이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을 대상으로 환율조작 여부를 따져 ‘환율조작국’으로 불리는 ‘심층조사 대상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만큼 국내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마음껏 할 수도 없다.
미국은 5월에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상승압력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외환당국이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외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와 환율과 상관성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는 일시적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따른 오버슈팅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수출 회복에 따른 한국의 자본재 수입 증가 등을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원화 강세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