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수신료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두 차례나 국회에 상정됐다 폐기된 적이 있다. 더욱이 지금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장악을 우려하는 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밀어 붙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KBS 수신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최 위원장은 복안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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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최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취임식에서 “참된 공영방송을 위한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방통위도 국회에서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2월 KBS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수신료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조정안은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월 4천 원으로 올리는 대신 앞으로 5년 동안 광고 수입을 연평균 2100억 원씩 줄이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국회 처리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은 셈이다. 이번에 수신료가 오르면 1981년 이후 33년 만의 인상이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안은 2007년과 2010년에도 국회에 상정됐다가 폐기된 적이 있는 만큼 국회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KBS는 2007년 수신료를 4천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에 밀려 심의조차 못했고 그대로 폐기됐다. KBS의 공정성 시비, 서민 경제 부담 등이 반대 이유였다.
2010년에도 3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당시 KBS 기자가 야당의 수신료 관련 비공개 회의를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쟁으로 번졌고 결국 국회에서 폐기됐다.
KBS 수신료 인상은 오랜 논란거리다. 한 달에 내는 돈이 1500원 늘어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신료 인상 문제는 광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 방송 광고 시장의 재편 등 첨예한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금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여야가 KBS 수신료 인상 논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는 물론 당분간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여야가 수신료 인상 논의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KBS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도 영향을 끼쳤다.
감사원은 KBS 및 6개 자회사의 운영실태를 감사한 ‘한국방송공사 및 자회사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지난 3월 말 공개했다. 감사원은 KBS가 수신료 면제대상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국가유공자, 시각 청각장애인으로부터 수신료를 거둬온 사실을 적발했다. 또 KBS의 상위 직급이 전체 직원의 57%에 해당돼 고액연봉자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예전부터 KBS의 방만경영이 계속되고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마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KBS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도 좋지 않다. 수신료는 대부분의 국민이 내는 준조세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저항이 심하다. 더구나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다매체 시대에 국민들의 KBS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국민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KBS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국회에 제출한 조정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통위가 2100억 원의 광고를 축소하겠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수신료를 1500원 인상하면서 광고를 2100억 원 줄이면 KBS는 실질적으로 500원 정도의 인상 효과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KBS 내부에서 국민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실질적 이득은 취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당부분 수신료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며 “여러 문제점이 있으나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것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기를 언제로 보냐는 질문에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