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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면세점사업 실패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5-07 11: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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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은 오랫동안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실패의 잔혹사를 써내려 왔다.

지금도 관세청 승인을 받은 중소기업 11곳 가운데 일부는 사업권을 아예 포기했고 일부는 적자에 시달리는 등 결과가 좋지 않다.

면세점사업 특성상 대기업이 주무대를 장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전체 면세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1곳이 중소중견기업에 새로 할당된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유진기업, 하이브랜드, 동화면세점, 하나투어 컨소시엄, 한국패션협회 컨소시엄 등이 대거 참여의사를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면세점사업 실패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 서울 시내면세점 중소기업 1곳 입찰 참여 경쟁

중소중견기업들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차료보다 저렴해 수익성 확보가 쉽기 때문에 눈독을 들인다. 중국인 관광객도 갈수록 늘고 있어 시내면세점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한다.

  중소기업, 면세점사업 실패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
전국 시내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5조4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32% 늘었다. 반면 지난해 공항면세점 매출은 2조5천억 원으로 5.9% 늘어난 데 그쳤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서울 시내면세점의 승자가 되려고 한다.

한국패션협회는 서울 시내면세점에 참여할 중소중견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중소기업이 막대한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취약점을 다수의 사업자를 모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패션협회는 의류업체뿐 아니라 면세사업에 관심이 있는 중소 화장품업체와 엔터테인먼트업체 등도 모두 컨소시엄 참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패션협회는 5월 초까지 참여 의향서를 받아 투자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뒤 10~15개 업체를 모으기로 했다. 35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은 한국패션협회가 연 설명회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이 수익성은 확실하나 초기에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고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컨소시엄 형태인 ‘에스엠이즈 컨소시엄’도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인 하나투어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와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유진그룹의 모회사인 유진기업도 공실상태인 여의도 MBC사옥 본사에 3천 평 규모의 시내면세점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소기업, 면세점사업 실패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진기업은 래미콘업계 1위인데 유통업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면세점사업에 눈독들이고 있다. 유진기업은 중소기업 면세사업자 가운데 가장 재무안정성이 뛰어나고 투자여력이 충분한 점을 내세운다.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당시 참존의 경우처럼 자금조달 문제로 입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이다.

유진기업은 또 정부수탁사업인 복권사업을 8년째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과거 하이마트와 물류업체, 골프장 운영경험으로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은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고 대기업과도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안정적 경영능력과 차별화한 컨셉트가 필수”라고 자신했다.

이밖에도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하이브랜드와 동화면세점 등도 입찰 참여의사를 밝혀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대기업 아니면 성공 힘든 면세점사업

중소중견기업들은 그동안 면세점사업 진출에 번번히 실패해왔다. 이들에게 면세점사업은 오래 전부터 ‘그림의 떡’으로 여겨졌다.

중견 화장품기업인 참존은 지난 3월 인천공항면세점 11구역의 5년 임차료로 2천억 원 이상을 써내 면세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참존은 임차보증금 277억 원을 내지 못해 입찰보증금 100억 원만 날리게 됐다.

그 뒤 인천공항 면세점 11구역 입찰은 3차까지 이어졌지만 계속 유찰돼 아직도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리젠은 2차 입찰에서 동화면세점과 경쟁을 벌였으나 두 기업 모두 입찰보증금을 내지 못해 유찰됐다. 리젠은 연간 매출과 맞먹는 200억 원의 임대료를 매년 지불하기에 무리한 투자라고 보고 입찰참여를 포기했다.

중소기업들은 면세점사업 진출뿐 아니라 운영 역시 힘에 부친다. 전국에 면세점은 21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11곳만 2013년 승인을 받았다.

  중소기업, 면세점사업 실패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 김광석 참존 회장
그러나 11곳 가운데 4곳은 허가권을 아예 스스로 반납했다. 울산의 진산선무와 경남 창원의 대동백화점, 충북 청주의 중원산업 등은 승인을 받은 뒤에도 개점을 7개월 이상 미뤘다.

이들 대부분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을 거부하거나 매출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중소기업 오너들의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에게도 면세점 진출은 버겁다.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지난 2월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을 포기했다. 면세점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2개월만이다.

김 이사장은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라며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려면 건물을 세우고 리모델링하고 물건을 사오는 데만 1천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점사업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면세점사업은 규모의 경제, 브랜드 협상력, 운영 노하우라는 삼박자가 모두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면세점업체들이 직접 제품을 사들여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일반 백화점 유통사업과 가장 다른 점으로 꼽힌다.

한 번 제품을 사면 재고로 남기 때문에 제품을 사들이기 전에 브랜드를 잘 선별하고 협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막대한 물류비용과 마케팅 비용뿐 아니라 제품 사후관리에 대한 교육운영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유통사업은 재고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와 MD 운영노하우가 모두 갖춰져 있지 않으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높은 임차료도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마저 높은 임차료 때문에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사업이 고성장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경영여건이 여의치 않은데도 면세점 입찰에 일단 뛰어들고 보는 등 경쟁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려는 이유는 그만큼 확실한 수익원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면세점 매출은 전체 면세점 비중의 5% 미만이지만 연간 신장률은 60%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최근 면세점 입찰 평가총점을 기존 100점에서 1000점으로 조정했다. 이전보다 세밀하게 지원자격을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입찰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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