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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연, 롯데케미칼 미국 설비 가동 앞두고 수익성 확보 고심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19-04-09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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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설비가 완전 가동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화학설비를 지었는데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새 설비에서 생산하는 제품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2056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임병연</a>, 롯데케미칼 미국 설비 가동 앞두고 수익성 확보 고심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9일 롯데케미칼과 화학업계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의 화학설비가 5월 중 완전 가동에 들어가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국 화학설비는 5월 안에 100% 가동률에 도달한다”며 “모노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지난 2월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에탄 분해설비는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설비는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연 100만 톤 생산하는 에탄 분해설비(ECC)와 모노에틸렌글리콜 연 70만 톤을 생산하는 설비다.

대부분의 화학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지만 이 설비는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원재료로 활용한다.

에탄 가격이 일반적으로 나프타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미국 설비의 가동으로 화학사업의 원재료 다변화와 제품 수익성이 확대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임 대표는 미국 설비의 수익성을 놓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에틸렌과 모노에틸렌글리콜의 가격이 급락해 당초 예상했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화학시장 조사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4월 첫째 주(1일~5일) 에틸렌은 톤당 960달러에, 모노에틸렌글리콜은 톤당 605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이는 2018년 평균가격보다 각각 31.4%, 34.9% 낮다.

제품 수익성의 지표인 나프타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나프타 가격을 뺀 것)의 하락폭은 더 크다. 에틸렌과 모노에틸렌글리콜의 나프타 스프레드는 1년 전보다 각각 48%, 63.8%씩 줄어들었다.

미국 화학설비의 수익성과 관련한 임 대표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화학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을 둘러싼 업황이 롯데케미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에틸렌 계열 제품의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일부터 증치세(부가가치세)를 기존 16%에서 13%로 낮추는 소비진작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진작책의 수혜는 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과 가전제품 외장재로 쓰이는 비스페놀A, 아세톤,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의 제품으로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에틸렌 계열 제품의 수요가 당분간 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폴리에틸렌과 모노에틸렌글리콜은 중국 전방산업 업체들이 많은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며 “에틸렌의 수요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회복은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에틸렌 계열 제품의 가격 회복세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해 임 대표에게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2056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임병연</a>, 롯데케미칼 미국 설비 가동 앞두고 수익성 확보 고심
▲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롯데케미칼>

2019년 계획된 에틸렌 증설은 942만 톤, 모노에틸렌글리콜 증설은 474만 톤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국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무역분쟁 완화는 이 증설분이 시장에 풀려 공급과잉 상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말과 같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돼 구매심리가 개선되더라도 에틸렌 계열 제품의 가격 상승은 짧게 끝날 것”이라며 “과잉공급에 따른 충격을 해소할 만한 요인이 없다”고 파악했다.

그나마 원재료 에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임 대표의 고민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

에탄 가격이 낮아질수록 미국 화학설비가 생산하는 에틸렌과 모노에틸렌글리콜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진다.

에탄은 지난해 9월 갤런당 55센트 이상에 거래됐는데 4월 첫째 주 갤런당 23센트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에탄 분해설비들이 2020년 대거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에탄 생산능력도 따라 확대되면서 에탄 가격은 2020년부터 계속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2019년 1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에틸렌 계열 제품의 수익성 회복을 바라며 속을 태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설비가 연 2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더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에틸렌 계열 제품의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 눈높이를 1400억~1600억 원 수준으로 낮췄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1분기 매출 3조7521억 원, 영업이익 320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보다 매출은 2%, 영업이익은 16.7% 적은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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