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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남편의 꿈'

박은희 기자 lomoreal@businesspost.co.kr 2013-12-30 11: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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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남편의 꿈'  
▲ 지난 7월 22일 열린 '고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정몽헌 회장 사진 모자이크의 마지막 조각을 끼우고 있다.

7월22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수많은 퍼즐로 이뤄진 대형 모자이크 사진의 마지막 한 조각을 끼웠다.  ‘고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을 위해 준비된 정몽헌 회장의 대형 모자이크 사진이었다. 현대그룹 임직원 1만여명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모자이크 사진 중 현 회장이 끼워넣은 조각에는 ‘꿈’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조각이 들어가면서 사진 상의 문구는 이렇게 완성됐다. ‘당신의 꿈 우리가 이루겠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벼랑 끝에서도 ‘남편의 꿈’ 지켜내기를 선택했다. 현대그룹이 ‘제2의 동양’으로 꼽힐 만큼 유동성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현 회장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현대아산’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금융업 철수’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그에게 현대아산은 단순한 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 현대아산은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못다 이룬 꿈이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다.


◆ 금융업 포기해도 현대상선-현대아산은 살린다


지난 22일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및 현대상선의 자산 매각을 통해 모두 3조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3개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고 금융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현 회장으로서는 상당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이 작고한 후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에게 현대증권은 꾸준한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맡았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증권은 지금의 현대그룹이 옛 현대그룹의 명맥을 잇는 상징이기도 하다. 현대증권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7년 국일증권을 인수해 현대그룹 금융 사업의 기반으로 만든 계열사다. 이후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내에서 금융의 중심으로써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그룹 경영 기반의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2000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을 ‘그룹 적통’의 기반으로 삼았다.


반면 현대증권의 희생으로 위기를 모면한 현대상선은 해운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적자 규모도 1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현대아산 역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융업 철수’라는 초강수까지 둔 것은 현대상선과 현대아산만은 살리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정은,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남편의 꿈'  
▲ 위 사진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1998년 10월 평양 백화원 초대소의 대형그림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 아래 사진은 9년 뒤인 2007년 11월 같은 장소에서 현정은 회장이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찍은 사진.
◆ 현대아산은 곧 남편의 꿈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야심작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현대아산과 함께 진행했으며 현재 현대아산 지분 66.2%를 보유한 현대아산의 대주주다. 현 회장으로서는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은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넘어가면 현대아산도 사라지고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맥이 끊기게 된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89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관광 및 시베리아공동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며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9년 뒤인 1998년 6월에는 정 명예회장이 ‘통일소’라고 명명된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다. 넉달 위인 10월에는 정몽헌 회장과 함께 소 501마리를 이끌고 다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사업 추진 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18일 정 회장 부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금강산 관광선인 ‘현대금강호’를 동해항에 띄웠다. 다음해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호인 아산(峨山)을 따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을 설립했다.


2000년 6월 현대아산의 회장직에 오른 정몽헌 회장은 2001년 정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에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 2002년 정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다음해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할 당시 발견된 유서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라고 남겼을 정도로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현 회장 역시 현대그룹의 절대 위기 상황에서도 남편의 유지(遺志)만큼은 지키고자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 현대아산, 그룹 4대축으로 비중 커져


현 회장의 이번 결단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그룹 내 대북사업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북사업(현대아산)을 해운(현대상선), 물류(현대로지스틱스),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의 4개 부문 가운데 한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측은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여행 등 일부 사업에 대한 재편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차원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분야는 여전히 총력지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재개 전담팀 등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정상화 등 대북사업 진행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금강산 관광 15주년에 맞춰 임직원 20명이 방북해 현지 시설을 점검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대북 사업에 대한 열정과 인내가 있다”며 “그동안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대북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꿈을 선택한 현 현대그룹 회장의 결단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현대가 왕자의 난: 지난 2000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후계자로 5남인 정몽헌 회장을 지목하려 하자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이에 반발해 정몽헌 회장의 최측근이자 당시 현대증권회장이던 이익치씨를 고려산업개발로 전격 전보시키면서 시작된 후계권 싸움을 일컫는다.
이 싸움으로 인해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일자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헌납하는 등의 유동성 확보방안을 내놓았고 3부자의 공동퇴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은 이어져 결국 그해 현대그룹은 계열분리를 선언했다.
차남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등 10개 계열사를, 5남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26개 계열사를 차지했고, 3남 정몽근 회장은 현대백화점을, 6남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을 가지고 분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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