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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국무총리 |
이완구 국무총리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총리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둘도 없는 타이틀을 거머쥔 지 두 달도 안 돼 식물총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 총리는 현직 총리로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 총리는 과거에 총선 불출마 뒤 도지사로, 도지사 사퇴 뒤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등 수차례 정치파고를 넘어왔다.
그는 혈액암을 극복하기도 해 불굴의 의지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비록 야당이 반대해 여당 단독처리로 총리에 오르기는 했으나 험난했던 인사청문회도 돌파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쉽게 돌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성완종 리스트의 올가미는 강하게 이 총리를 옭아매고 있다.
이 총리는 “증거가 있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지만 그의 말은 신뢰를 잃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이완구 총리에게 3천만 원을 광동제약 비타500 박스에 담아 전달한 사실이 15일 보도됐다. 성 전 회장측 인사의 말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13년 4월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를 만나 자금을 전달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언론에 입수된 A4용지 1천여 장 분량의 ‘성완종 다이어리’를 보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23차례나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리도 한 발 물러섰다. 이 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 총리는 “기억의 착오가 있을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거짓말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여론과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진위를 떠나 이런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엄정한 검찰수사로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국민적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총리가 올바르게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부정부패 연루자들을 절대로 비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총리에게 자진사퇴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새누리당 내부의 목소리는 공식입장보다 더욱 강경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은 검찰에서 밝히면 되고 국정에 책임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검찰이 명백하게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국무총리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사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은 이 총리에게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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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사퇴요구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무엇이 당이 사는 길이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길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 사퇴요구는 아니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당내 분위기가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런 목소리에 대해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한번 봇물이 터지면 막기 어려운 법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자진사퇴 정치공세는 지나친 것”이라며 “국정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총리를 그만두는 일도 간단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3수 끝에 국무총리로 이 총리를 발탁했고 이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정추진의 기관차였다.
이 때문에 이 총리는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하는 순간 국정운영은 모두 스톱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총리는 좋든 싫든 박 대통령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고 그때까지 비록 식물총리가 되더라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당장 박 대통령이 2주 가까이 해외순방을 떠나는 상황에서 직무대리인 이 총리가 사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총리가 자리를 유지한다 해도 가장 큰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부패척결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총리 본인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마당에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게 되면 여론의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달 12일 취임 뒤 첫 대국민담화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우리사회의 고질적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뒤 방산비리, 자원개발, 대기업 비자금 조사 등에 대해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이뤄졌다. 재계에서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강력한 수사가 이어졌다. 포스코건설, 경남건설, SK이노베이션 등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됐다.
반부패전쟁은 이 총리와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총리는 2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4.9%에서 대국민담화문 발표 이후 8.0%까지 뛰어올랐다. 박 대통령 지지율도 같은 기간 34.2%에서 42.8%까지 올랐다.
반부패전쟁은 이 총리가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동력이었다. 이 동력이 끊어졌다는 것은 이 총리가 국정을 수행할 힘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 결정적 순간은 이 총리가 검찰에 소환될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