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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TV홈쇼핑 황금시간 잡기 경쟁 치열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4-02 16: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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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TV홈쇼핑 황금시간 잡기 경쟁 치열  
▲ 롯데홈쇼핑 화장품 판매방송 매진 장면 <사진=롯데홈쇼핑 홈페이지 보도자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출이 제자리걸음인 반면 TV홈쇼핑의 매출은 고공행진이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홈쇼핑을 통해 ‘대박’ 꿈을 꾼다. ‘황금시간’ 방송을 잘 타면 단박에 연간 매장 매출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은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홈쇼핑에 뿌리내리게 했다. 홈쇼핑은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슈퍼 갑’이 됐다. 이번에 롯데홈쇼핑 비리도 슈퍼갑이 된 TV홈쇼핑의 황금시간 잡기 경쟁에서 비롯됐다.

◆ TV홈쇼핑 고공행진의 현주소

1995년 TV홈쇼핑이 처음 생겨났다. 이때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자 승인을 내줘 현재 총 6개(GS•CJ• 현대•NS•롯데•홈앤쇼핑)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0년 사이 9조 원으로 불어났다.

6개 회사의 매출 합계는 4조5608억 원이다. 지난 31일 각 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개 회사의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총 영업이익도 2012년보다 12% 오른 6846억 원에 이르렀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업계 선두 자리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CJ오쇼핑 1조2607억 원, GS홈쇼핑 1조41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이 각각 17%, 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72억 원, 1566억 원을 달성했다. 이로써 지난해 ‘빅2’가 정확히 전체 홈쇼핑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GS홈쇼핑은 지난해 전체 코스닥 기업 순이익 중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의 공동 실적발표에 따르면 919개의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GS홈쇼핑이 순이익 1위 상장사로 나타났다. GS홈쇼핑의 순이익은 130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허창수 회장의 막내동생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이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홈쇼핑 빠꼼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액이 7732억 원, 영업이익이 781억 원으로 현대홈쇼핑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대비 매출액 15%, 영업이익 5%가 증가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의 아성은 앞으로 모바일로 옮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TV홈쇼핑이 모바일 영역으로 계속 몸집을 확대해 홈쇼핑 업체들은 2016년까지 연 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TV홈쇼핑 ‘황금시간’을 위한 리베이트 전쟁

이른바 ‘황금시간’대에 방송이 나가면 1분에 주문전화가 1천 통은 거뜬이 넘긴다. 방송시간에 따라 같은 제품도 매출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방송 시간을 정해주는 홈쇼핑 기업은 자연스럽게 ‘슈퍼 갑’의 상투를 쓰게 됐다.

TV홈쇼핑의 상품기획자(MD)가 상품에 따른 시간대 편성을 도맡는다. ‘황금시간’을 사수하려는 업체들의 혈투에 상품기획자는 ‘갑의 횡포’를 벌이게 된다. 또 홈쇼핑 상품기획자가 관리하는 신상품의 출시 성공에 따라 성과급도 결정된다. 따라서 경력있는 임원급은 기발한 납품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억대 연봉’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홈쇼핑 회사들은 상품기획자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다.

홈쇼핑 상품기획자가 내놓는 ‘히트상품’은 주방→가전→패션 순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여행상품까지 확대됐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달 판매한 서유럽 여행상품은 주문금액 3억7천만 원을 기록했다. 애초 매출 목표를 220% 초과 달성했다.

탈모방지 한방 샴푸로 대형 마트에도 입점해 있는 ‘댕기머리’는 대표적 홈쇼핑 대박 상품이다. 2005년 첫방송 1시간 만에 2억 원이 팔렸다. 월 평균 판매는 입점초기 1만 개에서 방송 후 5만 개로 5배나 뛰었다.

홈쇼핑 업체들의 ‘슈퍼 갑’은 수수료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6개사의 판매수수료율을 발표했다. 지난해 홈쇼핑 전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4%다. 판매수수료율은 ‘GS-CJ-현대-롯데-홈앤쇼핑-농수산홈쇼핑’ 순으로 높다. 게다가 대기업 납품업체는 32%, 중소 납품업체는 34.7%로 오히려 힘없는 중소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더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율이 높은 만큼 중소 납품업체 입장에서 상품을 가능한 황금시간대에 내놓아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 리베이트를 내더라도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한탕주의'도 작용한다.
 
이번에 터진 롯데홈쇼핑 비리는 홈쇼핑 업계가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검찰은 2012년 4개 홈쇼핑 업체의 납품 비리를 수사해 27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적이 있다. 당시 기소된 임직원들은 제품 출시를 빌미로 200만~60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방송기간 동안 월 매출액의 1~4% 가량을 받아 ‘월급식 리베이트’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시 롯데 홈쇼핑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 롯데홈쇼핑 ‘20억 비리’ 수사 신헌 사장 겨냥


이번 롯데홈쇼핑 비리에 전현직 임직원 4명이 구속됐다. 여기에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까지 연루되면서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악의 ‘부패 스캔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검찰이 롯데홈쇼핑의 횡령과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해 그룹의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 사장은 횡령 비리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았다.
 

  중소기업 TV홈쇼핑 황금시간 잡기 경쟁 치열  
▲ 신헌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검찰은 2일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를 추적하고 자금의 사용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 사장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사장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금품수수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 사장은 2일 인도네시아 출장을 취소하고 현재 외부에 머물고 있다. 그는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회사 측에 소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 사장이 수사대상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아직 출국금지를 하지 않았고, 구속영장 청구 방침도 정해진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비리 사건에 대해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2007년 우리홈쇼핑을 인수 당시 롯데시스템을 도입할 때 착오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롯데홈쇼핑 김모(50) 고객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 등 현직임원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08년부터 4년 6개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업자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을 썼다. 김 부문장은 6억5천만 원, 이 본부장은 4억9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롯데홈쇼핑 전직 임원 이모(47)씨와 전직 상품기획자(MD) 정모(44)씨도 구속했다.

이씨는 2008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롯데홈쇼핑 생활부문장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중소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방송 편성 시간이나 횟수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9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도 2007년부터 2010년 1월까지 롯데홈쇼핑 상품기획자로 근무하며 납품업체 1곳으로부터 현금과 고급승용차 등 2억7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홈쇼핑 업체의 특성상 고질적인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납품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상납이나 뇌물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회사 차원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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