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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일 락앤락 회장(왼쪽)과 이도행 삼광글라스 사장 |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다. 심지어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삼성전자 갤럭시S6의 모조품이 나올 정도다.
밀폐용기의 양대산맥인 락앤락과 삼광글라스 역시 중국 대륙에서 짝퉁과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락앤락은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은 선발주자다. 이미 중국 주부들 사이에서 고급브랜드로 자리잡았고 그 덕분에 한때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락앤락은 짝퉁제품이 쏟아지는 탓에 매출이 휘청거리고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구조조정에 나섰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이란 브랜드 이름으로 중국에 2010년 진출한 후발주자다. 이도행 삼광글라스 사장은 선발주자 락앤락의 고전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중국업체들이 짝퉁제품을 만들어 내기 힘든 기술력으로 짝퉁에 대응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 대리상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펼친다.
두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업계의 라이벌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수차례 상표권 출원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상대회사 제품을 비방하는 광고도 서슴지 않았다.
◆ 락앤락, 짝퉁과 전쟁에서 밀리다
락앤락은 한때 중국 밀폐용기시장의 대명사였다. 락앤락은 2004년 중국 부유층 가정의 ‘필수품’으로 여겨져 중국 3대 수출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락앤락은 지난해 매출 4216억 원을 올려 전년보다 매출이 15%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73억 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61%나 급감했다.
락앤락은 2011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 연간 매출 5천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뒷걸음질친 게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락앤락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905억 원으로 전년보다 30% 줄어들었다.
락앤락의 중국 매출이 급감한 데는 짝퉁제품의 범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제품이름이 ‘락’으로 끝나는 락앤락의 짝퉁제품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출몰하기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육안으로 정품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최근 전문가들도 정품판단을 힘들어 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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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일 락앤락 회장 |
김준일 회장은 짝퉁제품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2011년부터 ‘짝퉁 근절 5계명’을 앞세워 짝퉁제품 제조회사들과 소송까지 벌였다.
짝퉁 근절 5계명에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발휘한 제품을 만들고 신제품 주기도 최대한 단축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전담팀을 꾸려 현장을 수시로 단속하기도 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소송은 가급적 하지 않지만 상징적 의미로 1년에 한두 번씩 하고 있다”며 “큰 회사를 골라 소송전을 언론에 노출해 영세업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오랜 기간 이끌어온 짝퉁근절전략은 중국에서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락앤락의 지난해 매출을 전년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중국산 짝퉁제품이 중국에서 활개를 치는가 하면 국내까지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
주방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밀폐용기의 경우 원재료를 정유회사에서 사온 뒤 찍는 사출과정이 매우 간단하다”며 “중국의 영세한 업체들도 플라스틱으로 된 짝퉁제품은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준일, 락앤락 사업다각화 짝퉁공격에서 탈출할까
김 회장은 락앤락이 중국시장 부진에 빠지자 지난해 말 직접 중국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김 회장은 지난해 중국법인장을 경질한 뒤 후임을 뽑지 않았다. 6개월에 거쳐 중국법인 3곳의 임원들도 줄줄이 물러나게 했다. 4천여 판매제품 가운데 매출 꼴찌제품부터 1천여 개를 정리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중국법인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텀블러 등 새로운 제품을 통해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국에서 주력제품인 밀폐용기가 아닌 물병이나 젖병 등으로 제품을 다변화해 짝퉁제품의 공격을 피하려 한다. 중국에서 밀폐용기 교체주기에 따라 선호상품이 삼광글라스의 친환경 유리제품으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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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앤락 '텀블러'를 들고 있는 광고모델 이종석 |
김 회장은 중국인들이 늘 차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는 점을 착안해 ‘텀블러’와 보온병 신제품을 출시했다.
락액락은 ‘한류스타 4대 천왕’으로 불리는 배우 이종석을 중국과 동남아를 아우르는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락앤락은 올해 보온병에서만 500억 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영유아용품 브랜드인 ‘헬로베베’도 계속해서 키우기로 했다. 2013년 중국에 선보인 이 브랜드는 지난해 실적부진 속에서도 매출 성장률이 79%를 기록했다.
김 회장은 젖병 등 영유아용품뿐 아니라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도 내놓고 있다.
헬로베베에서 디즈니 캐릭터 유아용품을 내놓아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에 발맞춰 매출 동반상승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디즈니랜드 개장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실적개선 기대가 한풀 꺾였다.
◆ 후발주자 삼광글라스는 짝퉁에서 안전한가
삼광글라스는 락앤락과 달리 제조회사 성격이 강하다. 락앤락이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주로 유통하는 회사인 반면 삼광글라스는 유리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도행 사장은 “우리 경쟁자는 락앤락이 아닌 세계적 유리제조 기업인 파이렉스와 루미낙”이라며 “삼광글라스는 제조회사, 락앤락은 유통회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삼광글라스가 생산하는 유리제품은 플라스틱제품보다 진입장벽이 높다. 공장을 짓기 위해서 수천억 원대의 대규모 초기투자비용이 들어가 중국 영세업체들은 쉽게 시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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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광글라스 광고모델 신동엽 |
중국 영세업체가 유리제조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유리제조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리제조 인력은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력확보가 힘들다. 유리 공정별로 꾸준한 노하우 관리와 재고관리 비법도 필요하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삼광글라스 역시 인천에서 논산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데만 2천억 원이 넘게 들었다”며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들여 유리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국 영세업체들은 드물기 때문에 삼광글라스는 상대적으로 짝퉁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삼광글라스의 지난해 매출은 2978억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894억 원으로 전년보다 40%나 줄었다. 유리 원재료의 제조원가가 전년에 비해 치솟았기 때문이다.
◆ 중국통 이도행, 중국 직접진출로 승부
삼광글라스는 중국시장에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락앤락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올해부터 중국사업을 직접 담당하기로 했다. 삼광글라스는 지난해 말 5년 동안 거래해 온 중국 대리상 3개를 1개로 줄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중국현지법인을 세웠다.
락앤락이 그동안 중국 대형마트 등과 1대1로 계약하고 직접 물품을 납품해 유통망을 넓힌 전략을 일부 적용해 삼광글라스도 현지법인을 통해 유통망 확장에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삼광글라스의 중국현지법인 직원들이 직접 현지조사에 나서 통일된 영업전략을 짤 것”이라며 “중국진출 초반에 유통대리상의 힘을 빌렸는데 각 회사별로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등 일관된 현지화 전략을 짜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도행 사장은 지난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중국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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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행 삼광글라스 사장 |
이 사장은 OCI에서 기획관리를 담당한 뒤 중국법인에서 5년 동안 근무해 현지경험을 쌓았다. 2008년 삼광글라스로 자리를 옮겨 기획담당 상무와 마케팅 영업총괄 전무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은 중국내 B2B사업을 강화해 고객들에게 삼광글라스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려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현지회사들과 소비자 정보를 공유하고 현지화 전략을 짜기도 쉽다.
중국내 B2B사업이란 중국 현지의 금융, 유아용품, 가전회사들과 제휴를 맺어 주부나 특정고객층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용 사은품 물량을 제공하는 기업특판을 뜻한다.
즉 국내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사면 ‘글라스락 밀폐용기 선물세트’를 고객에게 주는 행사처럼 중국 현지회사들과 손잡고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이다.
삼광글라스는 그동안 중국 대리상에 위탁운영을 맡겨 온 알리바바 티몰도 올해부터 직접 운영한다. 삼광글라스가 중국에서 거두는 온라인몰 매출은 중국 전체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