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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주식갑부 '이학수 신화' 왜 사라졌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31 12: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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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경영인 주식갑부 '이학수 신화' 왜 사라졌나  
▲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전문경영인이 주식갑부가 될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삼성SDS 주식으로 1조 원의 주식갑부에 오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신화’가 다시 재현될 길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보유한 상장회사 주식가치가 최근 8조 원을 돌파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올해 들어 40% 이상 크게 오르며 세계 200대 부자 순위에도 들어갔다.

우리나라 주식갑부 명단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서경배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주식갑부에 이제 전문경영인의 이름을 발견하기 어렵다.

과거 스톡옵션으로 전문경영인이 주식을 확보해 주식갑부에 오를 길이 열렸지만 이제 이런 길이 막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이사회 개혁을 촉구하며 이사회 구성원들이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이나 주식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학수의 1조 주식갑부 신화

삼성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현재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인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6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91억392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오너 주식부자 1위인 이건희 회장의 지분가치에 비하면 0.1%도 안 된다.

과거 오너 부럽지 않은 주식을 보유한 전문경영인도 있었다. 전문경영인으로 가장 큰 부를 거머쥔 대표적인 인물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3.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11.25%)보다 적지만 이부진 사장이나 이서현 사장(3.90%)보다 많아 개인주주 가운데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전문경영인 주식갑부 '이학수 신화' 왜 사라졌나  
▲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이 전 부회장은 1999년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함께 시세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종의 스톡옵션이 붙은 채권이다. 이 일로 이 전 부회장은 배임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삼성SDS가 상장하면서 이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크게 올랐다. 지난해 11월 삼성SDS 주가가 40만 원대로 치솟았을 때 이 전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조3천억 원대에 이르렀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1조 원대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 전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배려로 삼성SDS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며 “당시 삼성SDS가 상장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상장 뒤 주식보호예수기간이 5월이면 만료된다. 이 전 부회장이 지분을 처분할 경우 막대한 부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특정범죄수익환수법을 만들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이학수 특별법’으로도 불린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전문경영인 주식갑부’ 신화를 써내려갈지는 이 법의 운명에 달려있다.

◆ 더이상 조명받지 못하는 스톡옵션제도

전문경영인 주식부자를 대거 배출한 삼성그룹의 경우 2005년 스톡옵션제도를 폐지하고 장기성과급 지급형식으로 변경했다.

삼성그룹은 스톡옵션제도가 상장계열사 경영진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변동성이 큰 주식에 연동돼 경영성과가 아니라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부여한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행사는 지난해 대부분 끝났다.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 12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했고 7명이 주식을 팔아 모두 46억500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들이 스톡옵션제도를 폐지하면서 더 이상 주식으로 수천억 원 대 자산을 쌓는 ‘제2의 이학수’는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벤처기업 등 재계 일부는 여전히 스톡옵션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 스톡옵션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제도가 축소되자 정부는 스톡옵션제도를 꾸준히 손보고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최고 38%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했는데 2013년부터 이를 3년 동안 분할해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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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부회장
또 지난해 근로소득세 납부 대신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로 세금을 내는 방법도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세율은 10~20%로 근로소득세보다 낮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스톡옵션 부여를 꺼린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면 실제로 지출되지 않은 비용이 직원급여로 처리돼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매출 1964억 원을 올렸으나 1564억 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 가운데 1178억 원이 스톡옵션 지급에 따른 비용처리 때문에 발생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스톡옵션을 부여할수록 재무제표상 회사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용등급이나 투자유치 등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창업 초기 벤처기업일수록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밖에도 스톡옵션이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다 보니 기존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스톡옵션의 부작용으로 꼽혔다. 스톡옵션을 많이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낮아져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

그렇지만 이사회의 책임경영을 확보하고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보수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주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은 나온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가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사회 구성원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보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연구원은 “외국기업들은 이사진들에게 주식을 수백만 주씩 주는 데 그들은 회사를 나가면 주식을 처분할 사람들이기에 주가에 무척이나 민감하다”며 “현대차도 이사들에게 대량의 주식을 줄 필요가 있고 보수도 외국처럼 70%를 성과급으로 주는 방법이 효율적” 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임원들은 스톡옵션이나 상여금, 주식 등을 받지 않고 정액의 임금만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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