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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돈의 불법활용 제재에 신중한 까닭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18-12-24 14: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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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관한 사상 첫 제재를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불법활용 혐의를 놓고 제재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돈의 불법활용 제재에 신중한 까닭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 해임, 과태료 등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고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김성환 부사장 등 임직원 10여 명이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2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오후 2시부터 늦은 밤까지 논의를 거친 뒤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9년 1월10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제재 결정이 파생상품, 발행어음 등 금융시장 전반을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첫 제재 사례가 되는데다가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발행어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첫 발행어음 사업자로 2017년 11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뒤 올해 11월까지 만 1년 동안 발행어음으로 3조7천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12월17일에는 국내 최초로 외화표시 발행어음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금 흐름의 양 끝만 보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이 제재를 받게 된다면 유동화거래나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사실상 개인대출에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 원을 대출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활용해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한 뒤 SK실트론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대출을 상환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금흐름을 보장계약을 맺은 곳에 이전하는 계약이다. 이번 사안을 예로 들면 SK실트론의 주가가 떨어져 키스아이비제16차에 손해가 발생하면 최 회장이 모든 손해를 보전해 주고 SK실트론 주가가 올라 이익이 나면 모두 최 회장의 것이 된다.

최 회장은 실제로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사실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키스아이비제16차와 최 회장의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근거로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 준 자금이 사실상 최 회장 개인에 신용을 공여한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7조의6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조달한 자본의 사용용도와 비율, 금지되는 운용방법 등을 규정하면서 ‘개인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고려할 것이 많아 최종 판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거래라 하더라도 거래의 실질이 개인에게 신용을 공여하는 것이라면 위법하므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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