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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SK 리더십, 최태원 옥중경영 들어가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24 17: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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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SK 리더십, 최태원 옥중경영 들어가나  
▲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이 없는 SK그룹은 형식적으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로 경영된다.

그런데 이런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흔들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연말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실시한 인사에 대해 항명이 일어났다. 당시 인사로 물러난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상대로 임기 전에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따지고 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 SK그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이 석연찮은 이유를 대며 SKC 대표이사에 물러나는 일도 벌어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주식회사의 조대식 사장을 SKC 이사회에 긴급투입해 관리에 들어갔다.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도 깔끔하지 못하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KT렌탈 인수에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막판에 뜻을 접고 롯데그룹에 내줬다.

최태원 회장의 조기석방은 완전히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을 상대로 반부패 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최태원 회장의 조기석방 이야기를 누구도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

더욱이 SK건설 SKC&C SK이노베이션 SK가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자원외교, 방산비리, 4대강 입찰담합 등으로 줄줄이 검찰수사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위기에서 흔들리는 SK그룹의 중심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SK그룹 안팎에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최 회장의 옥중경영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 회장이 4년 형기 가운데 이제 절반을 채워 SK그룹으로 돌아올 때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수펙스추구협회의가 제 구실을 못할 경우 SK그룹의 위기가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흔들리는 수펙스추구협의회

SK텔레콤이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정보가 샜다는 말이 돌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이사회 의결 전에 이미 두 회사의 합병설이 퍼졌다.

SK브로드밴드 주가는 합병설이 제기된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10% 가까이 올랐다. SK텔레콤이 중간에 합병계획이 없다고 부인해 SK브로드밴드 주가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내부정보가 샜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결국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지만 합병설은 그 뒤에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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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흔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얼마 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대표이사 교체와 관련해 항명을 한 일도 새 나왔다.

문 전 사장은 지난 연말인사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룹 상임고문으로 물러난 데 대해 김 의장에게 “물러나야 하는 사유를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최 회장 구속수감 등을 언급하며 “그룹의 위기관리 수준과 신상필벌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물러난 전문경영인이 그룹 수뇌부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룹의 약점인 최 회장 구속수감과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을 언급한 것은 작심하고 한 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 전 사장이 김 의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직원에게 보내고 이런 사실이 외부에 노출된 것 자체가 오너체제의 그룹에서 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수펙스추구협의회체제의 위상이 굳건하지 않다는 뜻이다.

최신원 SKC 회장이 20일 매제인 박장석 SKC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에서 동반퇴진한 일도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SKC는 두 사람의 대표이사 퇴진을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 다른 분석이 나온다.

최신원 회장이 주도했던 SK텔레시스 휴대폰사업의 부진을 놓고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부회장이 갈등을 벌이다 결국 동반퇴진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SK주식회자 사장을 SKC 이사회에 합류시켜 최 회장과 박 부회장이 빠진 틈을 메우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일 뿐 결과적으로 최 회장과 박 부회장의 갈등을 사전에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uper”와 “Excellent”의 합성어로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수준을 뜻한다. 이는 최종현 전 회장이 1989년 처음 제시한 이후 SK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아 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따로 또 같이 3.0’이라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최태원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SK그룹의 경영을 책임졌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SK그룹은 불황에도 시가총액이 12.73% 증가했다. 10대 기업 시가총액이 평균 1.99% 감소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수펙스추구협회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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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수펙스추구협의회의 한계, 김창근의 한계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곧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창근 의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부분적으로 사업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며 “노력한다고 오너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다”고 말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아무리 잘해야 기존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이지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거나 대규모 투자로 사업을 확대하는 일은 어렵다는 고백인 셈이다.

당장 인수합병과 투자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최태원 회장이 없는 동안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품에 안은 적이 없다.

STX에너지와 ADT캡스 인수를 타진했으나 막판에 포기했고 호주 석유유통사 UP의 지분입찰도 도중에 그만뒀다. 최근 KT렌탈 인수전 역시 막판에 포기했다.

SK그룹은 올해 투자규모도 지난해 14조 원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회장 시절인 12년에 비하면 3조 원 이상 줄어든 규모다. 투자여력이 있는 SK하이닉스가 5조 원대 투자를 집행하면 나머지 계열사들은 지난해 투자규모를 유지하기도 버겁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최 회장이 주위의 반대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한 대목과 대조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7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이어 시가총액 3위로 성장해 SK그룹을 견인하고 있다.

SK그룹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총매출 110조6659억 원을 기록해 2013년에 비해 0.1% 늘어났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396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3%나 줄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SK이노베이션이 2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계열사가 많았다.

◆ 구심력 약해진 SK그룹

SK그룹으로서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또 있다.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최신원 SKC 회장의 계열분리 문제다.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SK가스, SKD&D 등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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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지분 13.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케미칼이 SK가스 지분 45.56%를, SK가스가 SKD&D 지분 40.3%를 보유하면서 지배력을 행사한다.

관건은 SK건설이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SK로 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이 28.2%로 2대주주다.

최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이루려면 SK가 보유한 SK건설 지분과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케미칼 우선주 3.11%를 매입해야 한다.

최 부회장은 SKD&D를 상장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SKD&D가 상장할 경우 최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31.3%의 가치는 1천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D&D는 지배구조 하단에 있어 최 부회장 개인 지분을 처분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최 부회장이 굳이 계열분리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부회장으로서 SKD&D 지분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한 뒤 SK케미칼 지분을 늘리는 편이 낫다.

최신원 회장은 최창원 부회장과 달리 SKC에 대한 지배력이 미미하다. 지주사 SK가 SKC의 지분 42.34%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1.80%에 불과하다.

계열분리 문제가 당장 불거지지 않겠지만 문제는 SK그룹 내부에서 최창원 부회장과 최신원 회장이 구심력보다 원심력으로 작용할 때 수펙스추구협의회체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최창원 부회장 등의 원심력은 더욱 강해질 것은 뻔하다.

◆ 최태원의 선택은?

현재 최 회장이 SK그룹의 주요 결정과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

최 회장은 구속된 뒤 지난해 7월4일까지 516일 동안 변호인면회와 특별면회를 합쳐 1778회의 면회를 했다. 하루 평균 3.44회로 최다였다. 특별면회의 경우 기결수는 주 1회만 허용되지만 최 회장의 특별면회 횟수는 이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사실상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SK그룹이 총수부재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어려운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 회장의 조기석방에 호의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엄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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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이 조기석방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면 본격적으로 옥중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최 회장이 여러 방편을 통해 SK그룹 경영에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SK그룹 전반에 걸쳐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최 회장이 2003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최 회장을 보좌한 유정준 SKE&S 사장과 박정호 SKC&C 사장이 발탁됐다. 유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도 겸임하게 됐다. 또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 사장도 모두 교체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결정을 SK그룹 사업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SKC&C와 SK의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최태원 회장의 의사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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