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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치중 안랩 대표는 안랩의 미래를 '생각하는 보안'으로 정의한다. 권 대표는 안랩이 고객에게 안랩의 제품이 아닌 것을 컨설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랩> |
안철수 의원이 세운 안랩(AhnLab)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소프트웨어의 불모지에서 안랩은 정보보안 솔루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안랩은 국내 최초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등 제품개발과 보안 솔루션, 컨설팅 등을 통해 연간 매출 13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살 청년 안랩이 처해있는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안랩은 예나 지금이나 수익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의 열악한 환경은 안랩이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이에 따라 권치중 안랩 대표는 역사에 비해 빈약한 안랩의 해외시장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권 대표는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안랩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권 대표가 취임하며 내세웠던 ‘내실경영’에 성공했느냐 하는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권 대표는 안랩을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대표는 이를 위해 안랩의 새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보안 컨설팅 사업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권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안랩의 낮은 인지도를 국가별 맞춤전략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그는 또 급변하는 IT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안랩에 ‘생각하는 보안’ 정신을 심으려고 한다.
◆ '스무살' 안랩, 아직 가야할 길 멀어
국내 최대 정보보안 솔루션기업인 안랩이 지난 15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안랩은 1995년 ‘안철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안랩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개발한 바이러스 백신 ‘V3’를 통해 2012년 국내 정보보안 소프트웨어업체 가운데 최초로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하는 등 지속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랩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이것이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권치중 대표의 고민이기도 하다.
권 대표는 2013년 12월 대표에 선임된 뒤 “그동안 확장해 온 사업을 정착시키고 내실을 기하겠다”며 “안랩이 존경받는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랩은 지난해 매출이 1329억 원으로 전년보다 1%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0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29% 늘었다. 겉으로만 보면 권 대표의 내실경영이 어느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용을 들여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안랩이 지난해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늘린 것은 안랩이 투자를 지속해 오던 ‘능동형 지속위협’(APT) 방어에 필요한 연구개발(R&D)이 2013년 대부분 끝냈기 때문이다.
안랩은 연매출이 1300억 원대에 이를 만큼 외형은 커졌지만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여전히 빈약한 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 수준에 그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보안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거둔 실적이라 의미가 있지만 외형 성장에 비해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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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랩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보안컨설팅, 정보보안 관제 등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안랩> |
◆ 안랩의 고민, 높은 국내 의존도
안랩은 2013년 매출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3.53%를 V3백신 등을 포함한 제품판매로 얻고 있다. 또 전체 사업 가운데 해외사업 비중이 10.53%에 불과하다.
이를 놓고 보면 안랩은 국내시장에서 제품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익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낮은 인식과 기업들의 정보보안에 대한 적은 투자 등이 안랩의 빈약한 수익구조의 원인이라고 파악한다.
대부분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처럼 안랩도 개인 소비자들에게 수익을 거의 기대하지 못한다. 안랩은 대신 국내 관공서와 기업 등 단체에 제품을 판매하고 보안시스템 관제 등을 해주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과 기관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개인 소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안랩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 가운데 정보보안 분야에 1년 예산의 5% 이상을 배정하는 곳은 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최신 보안 솔루션의 구입조차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다보니 안랩도 점차 국내시장에 보안 솔류션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기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랩은 2012년부터 핸드폰 보조배터리와 USB 멀티포트 등 보안과 상관없는 제품을 만들어 오프라인이나 인터넷 쇼핑몰 ‘안랩몰’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안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안랩이 핸드폰 보조배터리를 판매하는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처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놓고 안랩을 비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보안점검에 나서는 기업들의 관행도 문제”라고 안타까워 했다.
안랩은 “아이디어상품 개념으로 판매하는 물건”이라며 “안랩몰을 통해 판매하는 물건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 해외사업 부진, 어떻게 하나
권치중 대표도 안랩의 빈약한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권 대표는 안랩의 사업영역을 해외로 확장해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
권 대표는 지난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안랩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안랩은 국내 최대 보안업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해외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2012년 김홍선 당시 대표는 “2015년까지 안랩의 해외매출 규모를 30%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랩의 해외사업 비중은 여전히 매출의 10%대에 머물러 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법인도 수익을 거두지 못 하고 있다.
안랩 미국법인의 경우 2013년 17억3300만 원의 손실을 냈다. 일본법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2002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법인은 2013년 3억66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안랩이 해외시장에서 이렇게 부진한 것은 실력 부족 때문일까?
안랩은 대표상품 ‘V3 바이러스 백신’이 매년 미국 ‘AV-TEST’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해외 보안업체들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권 대표는 안랩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에 비해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권 대표는 안랩이 백신 프로그램과 같은 단품 판매에 고집하면 글로벌 보안업체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권 대표는 시장별로 차별화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권 대표는 “글로벌시장 진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성이 커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중국, 일본, 미국 등 지역별로 다른 제품과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온라인 금융거래구간 보호 솔루션(AOS)과 모바일 지능형 지속 위협(APT), 중국은 생산라인 보안솔루션인 트러스라인 등 각 나라에 특화된 제품을 내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안랩의 해외법인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월 안랩 싱가포르 법인을 출범해 미국, 중국, 일본에 머물러 있던 안랩 해외법인 숫자를 오랜만에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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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랩 설립 20주년을 맞아 3월 15일 권치중 안랩대표 (맨 오른쪽)와 안랩 직원들이 기념식을 가졌다 <안랩> |
◆ 권치중의 ‘생각하는 보안’은 안랩을 바꿔낼까
IT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안랩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는 것도 권치중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올해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클라우드’ 등 IT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술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랩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랩은 기술적으로 이미 이런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안랩이 공들여 투자한 ‘능동형 지속 위협’(APT)대응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말도 듣는다.
올해 9월부터 클라우드 지원법이 시행되면 201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규모가 현재 6천억 원 규모에서 최대 2조5천억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분야에서 안랩의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을 찾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랩은 이미 지난해 5월 클라우드 기반의 웹보안 전문업체 ‘아카마이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클라우드 환경에서 보안성능이 강화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권 대표가 급변하는 IT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강조하는 대목이 ‘생각하는 보안’이다.
권 대표가 말하는 ‘생각하는 보안’은 고객이 처한 환경을 고려해 보안에 필요한 솔루션과 컨설팅, 관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더 나아가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안랩이 개발한 것이 아닌 경쟁회사의 제품도 컨설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열린 안랩 연례 기술컨퍼런스에서 “그동안 고객에게 안랩의 서비스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며 “진정한 보안 전문업체라면 자신의 기술을 내세울 게 아니라 필요한 대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한국 IBM에 입사해 12년 동안 근무했다. 권 대표는 2000년부터 SGI코리아 대표이사와 KTFDS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IT업계의 영업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권 대표는 2011년 안랩 국내사업 총괄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뒤 2013년 12월 김홍선 대표를 이어 안랩 대표로 선임돼 안랩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