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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외에서 급증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리콜에 어떻게 대처할까?
자동차가 더욱 복잡해지고 소비자 권한이 강화하면서 리콜 증가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국내외에서 리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콜은 양날의 검이다. 제품의 결함을 스스로 인정하면 품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소비자의 안전을 신경쓰고 더 좋은 품질을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과거 여러 차례 리콜과 관련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리콜 대신 무상수리를 실시하는 등 소극적 대처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다. 미국에서 리콜을 발표한 지 5일 뒤에 국내에서 발표해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잇달아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잦은 리콜은 이미지 하락은 물론이고 막대한 비용부담도 낳는다. 특히 같은 문제로 계속 리콜을 하게 될 경우 신뢰는 금이 갈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800만대 시대를 넘어 900만대 시대를 열기 위한 동력이 품질경영일 것이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을 무색하게 만드는 연이은 대량 리콜, 이것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처한 현실이다.
◆ 연이어 들리는 국내외 리콜 소식
현대차와 기아차의 리콜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리콜소식이 또 다시 들려왔다. 올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한 쏘울 21만 대에 대해 리콜에 들어갔다.
이번 리콜의 원인은 가속페달 위험으로 알려졌다. 운전자가 정지된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지나치게 세게 밟을 경우 페달이 구부러질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직까지 이번 결함이 낳은 사고는 없다.
기아차 쏘렌토도 미국에서 가속페달 불량으로 리콜을 실시했다. 기아차는 지난달부터 해당 차주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수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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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
기아차는 지난 1월에도 K3(현지명 포르테)의 화재위험으로 8만7천여 대를 리콜했다.
현대차도 이달 파워스티어링 결함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26만3천 대에 대해 리콜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2015년형 제네시스 2만6천여 대에 대해서도 리콜을 발표했다. 후미등에 물이 스며들기 때문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리콜에 들어갔다.
기아차의 봉고3 4만7천여 대와 현대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1만여 대가 리콜 대상이다. 특히 이 두 차량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의 문제라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아차 봉고3은 주행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게 차량이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가 발견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브레이크액이 부족한 경우에도 계기판 전자제어 장치 오류로 브레이크액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안 들어오는 문제가 있었다. 브레이크액이 부족할 경우 주행중 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차가 멈추지 않아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 빠르게 증가하는 리콜
지난해 국내 자동차 리콜은 87만 대를 기록했다. 2009년 15만9천 대에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26만5천 대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리콜이 급증한 이유는 소비자와 정부가 리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도 제조사와 소비자가 만나 조용히 처리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미국에서도 리콜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토요타나 GM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뒤 차량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에서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는 지난해 6400만여 대로 사상 최대치였다. 직전 사상 최대치인 2004년 3080만 대의 2배가 넘는다.
미국에서 앞으로 리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동차 결함 조사 예산을 지난해 1060만 달러에서 올해 3130만 달러로 대폭 늘렸다.
미국에서 리콜기준이 강화되면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뿐 아니라 국내시장에도 적극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리콜소식이 빠르게 국내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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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 리콜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전문가들은 리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심화하는 등 리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들은 일정 시간 멈춰있으면 저절로 엔진이 꺼지는 기능이나 앞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 등 첨단 전자제어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는 1990년대 8~9개에서 최근 80개까지 늘어났다. 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제품으로 바뀌면서 이에 따른 잔고장이나 오류도 그만큼 늘고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라인과 부품을 공유하고 있는 점도 리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부품과 엔진 등을 공유한 다른 차량도 리콜 대상에 오르는 것이다.
2013년 현대차에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졌을 때 현대차와 부품과 엔진 등을 공유하는 기아차의 리콜도 크게 늘어났다.
아웃소싱이 늘어가는 것도 리콜이 많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부품을 들여와 자동차를 조립해서 파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완성차업체가 개별부품의 품질을 모두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
2009년 토요타를 최대 위기로 내몬 대규모 리콜사태를 불러온 페달도 미국 부품업체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과거 신차를 내놓기까지 평균 5년 이상이 소요됐지만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신차효과를 노리면서 신차 출시주기가 짧아졌다. 가격경쟁까지 치열해져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에 신차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소극적 대처하면 더욱 심각한 사회적 비용 초래
리콜에 비용이 들어간다. 부품교체나 수리비 등 직접 비용과 함께 유무형의 이미지 손실, 이에 따른 주가 하락 등 간접비용도 적지 않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에서 300만 대의 대량 리콜을 시행했다. 현대기아차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비교적 결함이 크지 않아 간단한 부품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리콜에 따른 직접비용은 1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의 매출 규모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많은 간접비용을 치러야 했다.
현대기아차는 당시 정몽구 회장의 지시 아래 ‘품질경영’을 외치던 때였다. 연비과장 논란 이후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리콜이 시행되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도 타격이 컸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일찌감치 리콜 결정을 내리고도 국내에서 미국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리콜을 알렸다. 그러면서 현대기아차를 따라다니는 내수와 해외고객 차별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주가도 하락했다. 현대기아차가 리콜사실을 알린 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3일 동안 10%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리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차량결함을 숨길 경우 더욱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토요타는 2009년 1천만 대 규모의 리콜사태를 빚은 과정에서 합의금과 벌금만 23억 달러를 지급했다. 토요타는 당시 글로벌 1위 자리도 내줘야 했다.
토요타는 소비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당시 토요타는 안전상 문제를 인지한 뒤 리콜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을 끌어 더욱 비난을 샀다.
◆ 현대기아차, 품질경영으로 리콜 넘을까
현대기아차는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리콜하지 않을 경우 입게 되는 유무형의 손실이 리콜에 따른 각종 부담보다 더욱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콜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을 넘어 결함이 없는 차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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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 |
현대차는 최근 협력업체의 품질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지원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결함의 주요 원인으로 자동차부품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협력사의 수준을 높여 품질관리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구매본부 안에 있던 협력업체 품질강화팀을 임원급인 실로 격상하고 기존 1개였던 팀을 3개로 확대했다. 인원도 보강했다.
현대차는 조직강화와 함께 협력업체의 품질개선사업을 직간접적으로 돕기로 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도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신경쓰고 협력업체들이 외국업체 못지않게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경쟁사의 대형 리콜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품질검증에 힘쓰고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노사가 협력해 품질 향상에 동참하고 생산성 향상과 완벽한 품질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