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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박정희 뒤따라 제2의 중동 붐 일으킬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10 19: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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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박정희 뒤따라 제2의 중동 붐 일으킬까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에르가 궁 국왕집무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박 대통령은 중동에서 제2의 붐을 일으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40년 전 갔던 길을 뒤따라 걷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동 건설현장에 우리 기업을 진출시켜 오일 머니를 벌어들였다. 이 오일 머니는 우리나라 경제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부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비슷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경기 침체와 세계경기 둔화로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중동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1970년대와 지금 상황은 같지 않다.

당시 중동국가들은 산유국으로서 절대적인 에너지권력을 누렸으나 최근 유가하락 상황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동국가들은 석유산업에서 벗어나 각자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유전개발과 플랜트 건설이 중심이 되는 중동 붐에 편승하려는 전략은 의미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중동의 경제변화를 고려해 중동과 협력방식을 다변화하고 교류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나아가 중동국가와 FTA 체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박근혜, 4개국 순방 성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1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1일부터 9일까지 8박9일 일정으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4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안 수석비서관은 박 대통령 중동순방 성과를 평가하며 우리나라와 중동의 관계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을 언급했다.

안 수석비서관은 “40년간 지속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각국은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앞으로 경제협력과 투자협력이 더욱 강화하고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수석비서관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한 중동국가들의 신성장전략이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경제체질 개선과 혁신을 통한 성장과 일맥 상통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 수석비서관은 이번 순방의 경제성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순방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6명의 경제사절단이 참석했다. 순방 최초로 양국 기업인간에 1대1 상담 자리를 마련해 총 44건, 1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청와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고급기술을 보유한 청년인력의 중동진출 계기를 마련하고 양국 정상 간 신뢰 외교로 정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높인 점을 순방의 성과로 내세웠다.

  박근혜, 박정희 뒤따라 제2의 중동 붐 일으킬까  
▲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나와프 왕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공사 계약식을 하고 있다. <아산정주영닷컴>

◆ 박정희의 중동에 대한 추억

중동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한 달러 공급처였다.

1973년 중동 산유국이 석유수출을 줄이고 석유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해 오일쇼크가 세계를 강타했다. 유가가 석 달 만에 3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산유국들은 돈방석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한창 경제성장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몰려든 오일머니를 노리고 중동건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동국가들이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산업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중동시장 진출을 권유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이 1975년 10월 바레인 아랍수리 조선소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건설 붐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딱 40년 전의 일이다.

현대건설이 1976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규모는 9억3천만 달러로 당시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의 31%에 이를 정도였다. 그만큼 중동 건설사업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중동순방 계획을 세워놓고도 순방 2달 전에 사망해 중동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해 다시 중동에서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는 붐을 일으키려 하는 중이다.

◆ 40년 전과 다른 중동 상황, 소프트웨어 협력 부른다

박 대통령이 부친의 뒤를 이어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고 천명하긴 했으나 40년 전 중동의 상황과 지금은 판이하게 다르다.

40년 전 중동은 오일쇼크로 세계로부터 막대한 돈을 긁어 모으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세계 경제지형에서 중동이 누리는 에너지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다.

중동국가들이 셰일가스 등 새롭게 떠오르는 경쟁재에 맞서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유가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국가 재정의 80%를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동국가들의 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GDP의 21.9%, 사우디아라비아는 15.1%, 카타르는 8.9%, 아랍에미리트는 10.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이 줄어드니 중동국가들은 당연히 대규모 투자를 줄이고 긴축재정을 펼 수밖에 없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같은 건설 붐은 일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설령 유가가 회복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에너지패권이 중동에서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미국이 중동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동국가들은 탈석유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각자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웨이트는 비전쿠웨이트 2035,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전략 2005~2024, 아랍에미리트는 UAE비전 2021, 카타르는 카타르국가비전 2030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중동 4국 신성장전략의 핵심은 석유산업에 의존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건·의료, ICT, 문화교육, 사이버 보안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중동진출에 유리하다.

이번 순방 때 체결된 양해각서 내용도 중동의 산업 다각화 양상을 나타낸다. 44건의 양해각서 중 기존 중동 주력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와 건설교통 분야는 17건이고 나머지는 보건의료(5건), 금융투자(8건), IT창조경제(9건), 농업식품(2건) 등으로 다양했다.

안 수석비서관은 “지금까지 중동 경제협력의 화두가 에너지, 건설, 인프라 중심의 하드웨어 협력이었다면 이번 중동 순방에서 의료보건, 문화, ICT 등 소프트 경협에 성과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9년 이후 중단된 GCC(걸프협력회의)와 FTA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GCC는 이번 순방대상 4개국에 오만과 바레인까지 6국이 포함돼 있다.

GCC와 FTA를 맺을 경우 1조 원 이상의 관세 철폐 효과뿐 아니라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있는 서비스와 콘텐츠 수출을 확대해 만성적인 GCC 무역적자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과 중국 EU 등이 GCC와 FTA를 추진하다 중단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먼저 FTA를 타결할 경우 선점효과를 노릴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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