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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의 생명수, 박일환의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김수진 기자 ksj01@businesspost.co.kr 2015-03-03 09: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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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버의 생명수, 박일환의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가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로 아이리버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고음질 음원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아이리버의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의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연 예능프로그램인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을 통해 현장에서 듣는 입체적 고음질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멜론이나 지니와 같은 국내 음원 유통사이트는 고음질 음원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려면 고음질 음원용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아이리버는 MP3플레이어 강자로 화려한 한때를 보내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아이리버는 최근 음원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차별성을 갖춘 제품으로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

◆ 아이리버,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로 다시 날다

아이리버는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브랜드인 ‘아스텔앤컨(Astell&Kern)’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아이리버의 주요 제품은 AK100과 AK120으로 2세대까지 출시됐다. 가격은 70만~300만 원이다. 아스텔앤컨의 고급라인 AK240은 가격이 270만~350만 원대지만 품절을 기록하기도 했다.

음악가들은 그동안 MP3 디지털 음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그들은 음악이 녹음실에서 처음 만들어질 때 음질이 풍성하고 다채로운데 MP3 형식으로 변환되면 음질이 크게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MP3 음원으로 음악이 유통되면서 음악의 본질적 음질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클래지콰이의 가수 알랙스는 “A4용지를 샀는데 그걸 두 번 접에서 그 공간에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음원의 변질을 비유했다. 그는 “분명 듣는 사람이 손해”라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을 출시하자 음악가들은 음질이 다시 회복됐다며 환호했다. 작곡가 주영훈은 “1센트 음식만 먹다가 집에서 잘 차려준 시골밥상 정식을 먹는 느낌”이라며 “영화의 3D처럼 입체적 음악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리버는 이렇게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아이리버는 지난해 8월 SK텔레콤에 인수됐다.

아이리버는 지난달 2일 6년 만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스텔앤컨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억 원, 당기순이익 23억 원을 냈다. 아이리버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매출 532억 원을 올려 전년에 비해 23.4% 줄어들었다.

아이리버는 전반적 상품군의 구조변화를 통해 수익성이 우수한 제품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이리버는 그동안 아스텔앤컨을 중심으로 사업군을 조정해 왔다. 이를 통해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수익 구조 개선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아이리버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억 원을 투자했다. SK텔레콤은 또 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이로써 아이리버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아이리버는 "올해 아스텔앤컨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고 SK텔레콤과 협업을 통한 신규사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리버는 지난달 일본에 자회사 ‘그루버스 재팬’을 설립하는 등 해외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아스텔앤컨은 CES 2015 기간에 세계적 하이파이 오디오 전문지 ‘왓 하이파이’로부터 ‘스타상(Stars of CES 2015)’을 수상하는 등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리버는 최근 오디오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지난달 3일 아스텔앤컨의 첫번째 거치형 모델인 ‘AK500N’을 국내에 선보였다. AK500N은 PC없이 디지털 음악을 최고 수준의 음질로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소스 기기다. 모든 종류의 디지털 음원 포맷을 재생한다. 국내 판매가격은 1400만 원이다.

아이리버는 올해 고급 헤드폰도 출시했다. 아이리버는 지난 1월8일 아스텔앤컨 브랜드의 헤드폰 ‘AK T5p’을 출시했다. 판매가격은 159만 원이다.

AK T5p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베어다이나믹의 인기모델 가운데 하나인 T5p를 아스텔앤컨을 위해 튜닝한 제품이다. 베어다이나믹사는 90여 년 전통의 독일 음향기기 전문업체로 세계적으로 애호가층을 확보하고 있다.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의 오디오 기술력과 베어다이나믹의 오랜 노하우가 만나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이리버의 생명수, 박일환의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 아이리버의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브랜드 아스텔앤컨 제품

◆ 박일환, 아이리버의 부활을 이끌어


MP3플레이어의 최강자였던 아이리버가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의 선두주자로 거듭난 중심에 박일환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본래 잘 하던 데로 돌아가자”고 아이리버의 갈 길을 제시해 몰락의 길을 걷던 아이리버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리버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아이리버는 당시 애플의 대항마를 자처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시대가 열리면서 MP3플레이어의 몰락과 함께 아이리버도 궁지에 몰렸다. 아이리버는 보고펀드로부터 60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전자책, 내비게이션, 태블릿PC, 휴대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쳤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박 대표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는 걸 잘못 판단했다”며 “스마트폰시장이 이렇게 빨리 커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실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TV가 100년, PC가 20년, 무선전화가 10년이었는데 스마트폰은 단 5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시장이 단숨에 줄어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박 대표는 2011년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은 '티어드롭(Tear Drop)'이었다.

이 말에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뚝뚝 흐르도록 하는 기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의 눈물이라는 뼈아픈 의미도 숨겨져 있다. 아이리버 본사 직원은 한때 400명까지 늘었지만 당시 100명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박 대표는 ‘이번에 망하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개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2012년 10월 고음질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의 첫 모델인 AK100를 세상에 내놨다. AK100은 7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빠른 속도로 팔렸다. 첫 달에만 1천 대 주문이 들어왔다.

AK100 이후 출시된 제품들은 가격이 더 올랐지만 인기도 더욱 높아졌다. 지금까지 6개의 아스텔앤컨 휴대용 모델이 출시됐다. 이 제품들은 특히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일본의 가격비교 사이트 '카카쿠 닷컴'에서 집계한 2014년 MP3플레이어 만족도 조사에서 AK100 MKII는 1위, 후속모델인 AK240은 3위를 차지했다. AK240은 가격이 278만 원이나 된다.

AK240은 지난해 말 세계 최고 권위의 오디오 잡지인 스테레오파일을 비롯해 여러 개의 오디오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 AK240은 "현존하는 최고의 음질과 사양을 가진 휴대용 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아스텔앤컨의 인기는 그동안 비싸고 무거운 음향기기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고음질 음원을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도 작고 가벼운 기기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는 2020년이 되면 현재 5% 미만인 고음질 오디오 기기가 글로벌 오디오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무손실 음원이 나오기까지

무손실 음원은 CD 원음을 손실없이 그대로 저장한 고음질 음원을 말한다.

무손실 음원의 기준인 24 비트(bit), 192 킬로헤르츠(kHz)는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원음 수준의 고음질이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이 건반에 닿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아이리버의 생명수, 박일환의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 아스텔앤컨의 첫번째 첨단 네트워크 오디오 AK500N
소리를 디지털로 담는 데 큰 용량이 필요하다. CD는 디스크에 디지털 정보를 담고 이를 재생한다. CD는 소리를 2의 16제곱, 6만5536개의 단계로 나누고 소리의 변화를 1초에 4만4100번으로 나눠 기록한다.

현재 대부분의 음원은 MP3 형식이다. 압축 코덱기술의 발전으로 MP3가 탄생했다. 이 코덱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만 추려내 압축한다. 16비트, 44kHz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용량이 CD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MP3는 CD에 녹음된 가청 주파수 외의 소리가 깎여 나가 음질이 떨어지고 공간감을 느낄 수 없게 됐다. MP3는 이런 태생적 한계를 갖고 태어났다.

그런데 하드디스크나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용량문제가 해결됐다. 그래서 CD보다 용량은 작되 CD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으려는 무손실 코덱이 개발됐다.

대표적인 것이 자이프닷오르그 재단이 만든 FLAC(Free Lossless Audio Codec)와 애플이 만든 ALAC(Apple Lossless Audio Codec)다. 두 코덱 모두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CD 이상의 음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역할을 한다. 현재 두 코덱 모두 24비트에 192kHz의 샘플율로 소리를 담을 수 있다.

한국의 음원사이트인 멜론, 지니, 벅스뮤직, 네이버뮤직 등도 저마다 다른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 FLAC 코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코덱기술의 발전으로 고음질 음원이 나오자 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아이리버는 고음질 휴대용 플레이어를 개발해 ‘디바이스의 혁신’을 이뤄냈다. 아이리버의 성장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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