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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을 바꿔놓은 차석용의 '촉 경영'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3-10 1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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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의 LG생활건강 샴푸 엘라스틴의 광고모델 계약이 끝났다. 전지현은 11년 동안 이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마케팅 직원들이 모여 감사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동안 방송된 모든 광고를 모아 편집했다. 차석용 부회장이 이 광고를 우연히 봤다. 이 편집된 영상을 광고로 내보내자고 제안했다. 2011년 12월 이 광고는 방송을 탔다. 이른바 ‘전지현 헌정 광고’였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엘라스틴의 이미지도 더욱 높였다.

  LG생활건강을 바꿔놓은 차석용의 '촉 경영'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촉(觸)’ 경영을 보여준 사례다. 차 부회장은 촉을 매우 강조한다. 소비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의 CEO로서 소비자의 욕구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반영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LG생활건강 사옥에 게시한 ‘촉이 살아있는 회사’라는 글에서도 이런 차 회장의 촉 경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가면 주인이 들어오고, 지진이 나려고 하면 두더지 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소비자 욕구를 찾아내기 위해 본능적 촉이 필요하다.”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 CEO로 취임한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브랜드 구조조정이었다. 생활용품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당시 LG생활건강에서 생활용품 브랜드는 39개였고, 화장품 브랜드는 16개나 됐다. 이를 각각 32개, 13개로 줄였다. 소비재는 브랜드가 생명인데 한번 탄생한 브랜드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차 부회장은 브랜드를 정리한 뒤 ‘오휘’나 ‘후’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 두 개 브랜드의 매출액은 크게 증가했다. 버려야 얻는다는 촉을 보여준 것이다.

LG생활건강이 2012년 출시한 ‘한입세제’도 차 부회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실내 생활을 주로 하면서 옷을 한번만 입고 세탁하는 변화에 주목했다. 이런 변화에 최적화된 세제를 만들자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액체세제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테크, 수퍼타이, 한입세제 등의 활약으로 시장점유율 29.8%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차 부회장의 촉은 지난해 출시한 남성화장품 브랜드 ‘까쉐’에서도 발휘됐다. 화장품 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남성 화장품시장은 해마다 두자리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확실한 강자가 없는 고가 남성 화장품시장에서 선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차 부회장은 까쉐의 개발단계부터 직접 발라보고 그 느낌을 전달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까쉐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용품, 음료, 화장품을 주력으로 삼는 LG생활건강은 소비재 제품을 다룬다는 특성 때문에 신제품 출시가 잦다. 차 부회장은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제품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그의 촉은 어김없이 반영된다고 한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경쟁사들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본능적 촉이 필요하다"며 "그런 촉이 100년, 200년 쌓이면 경쟁사가 따라오는 데에도 100년에서 200년 걸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차 부회장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거의 실패하지 않은 것도 남다른 촉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차 부회장은 적자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짧은 기간 흑자로 만드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코카콜라음료의 경우 지난해 한국 진출 4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해태음료도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80억 원)로 전환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점점 커지는 시기에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을 인수한 것도 그의 남다른 촉이 발휘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해 온 LG생활건강 주식의 40%를 지난해 12월 팔아 11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차 부회장의 촉이 LG생활건강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부를 안겨준 셈이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을 교육 분야에 기부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부터 미국 P&G에서 근무하다 1999년 한국 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LG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201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생활건강을 바꿔놓은 차석용의 '촉 경영'  
▲ 차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광고로 채택된 전지현 편집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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