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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제1차 창조경제민관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벤처업계에 봄 바람이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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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벤처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M&A에 대한 절차 및 규제를 대폭 완화해 M&A를 통해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지만 M&A 규제완화로 대기업이 유망 벤처를 날로 먹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전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에서 “벤처 성공신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M&A 활성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M&A를 통해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이 원활히 회수될 수 있으면, 그 자금은 또 다른 창업기업에 투자되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전략으로 벤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벤처 M&A 활성화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M&A 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규제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M&A 시장의 주요 매수자인 사모펀드에 대해 기존 주식인수 방식 외에도 영업양수방식의 M&A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영업양수방식은 어떤 기업이 특정사업을 다른 법인에 매각하거나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구조조정 기업의 주식을 서로 바꾸어 보유할 경우 주식 처분 때까지 양도차익 과세 시점을 미뤄주기로 했다. 독립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과 5년 내 계열사 처분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 M&A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성장사다리펀드에 포함되어 있는 M&A 지원펀드 규모를 3년 안에 1조 원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성장사다리펀드란 유망한 벤처, 중소기업에 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펀드로, KDB IBK 한국정책금융공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3년에 걸쳐 1조8500억 원을 출자한다.
M&A의 경직적 기준과 절차도 완화하기로 했다. 상장법인에 대한 합병가액 규제를 완화해 기업가치에 대해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는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법적 근거가 없어 모호했던 삼각주식 교환제도와 삼각분할합병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삼각 주식교환제도는 벤처기업과 모회사가 주식교환으로 자회사가 해당 벤처기업을 손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삼각분할합병은 벤처기업의 일부 사업 부문만 자회사가 합병하며, 그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을 벤처기업 주주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 부총리가 밝힌 이번 벤처사업 육성계획은 벤처기업이 초기에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익에 집중하지 않고 장기적 비전을 품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이런 제도의 구축으로 많은 벤처기업의 성공을 낳았다. 에런 레비가 2005년 설립한 데이터회사 ‘박스’는 이런 모델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박스는 다양한 파일을 서버에 저장해 관리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에런 레비는 사업 초 자금문제로 난항을 겪던 중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원활한 사업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직원 수 900여 명, 기업가치는 20억 달러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했다.
존 슈뢰더가 창업한 맵알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맵알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2009년 설립됐다. 슈뢰더는 창업할 때 벤처캐피털 5곳에서 총 9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받으면서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직원 200명, 7개국에 진출하는 등 성공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기업 매각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벤처기업의 출구전략 중 M&A가 차지했던 비중은 5.6%에 그쳤다. 50.6%의 미국벤처 시장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출구전략이 활발해지면 벤처시장의 자금순환에도 긍정적이다. 대개 벤처기업가가 회사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다른 벤처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맵알로 성공한 슈뢰더의 경우 맵알 설립 이전에도 2번이나 벤처회사를 세워 매각했다. 2001년 세운 파일시스템 가상화 솔루션 회사는 글로벌 스토리지 1위 기업인 이엠씨에 팔았고, 2007년 세운 데스크톱 가상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맵알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에 의존적인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벤처기업 M&A 활성화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핵심인력과 기술만 빼가는 일을 더욱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2년 10인 이상 20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결과를 보면 기술탈취를 경험했다는 중소기업이 46.5%나 됐다. 임채운 중소기업학회장은 이와 관련해 “벤처나 중소기업이 사람을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빼가는 식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접근 방식도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경우 미래가치를 쉽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라는 장기적 관점으로 M&A에 접근해야 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벤처기업 M&A가 대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