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상호 롯데카드 사장이 국내 카드업계 처음으로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 직접 참여한다.

금융사고와 관련한 임원진의 책임을 명시한 ‘책무구조도’가 7월 카드업계에 본격 도입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보호 최우선’이라는 가치에 더욱 힘을 실으면서 롯데카드의 신뢰 회복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카드 책무구조도 도입 앞두고 대표이사 책임 강화, 정상호 소비자 신뢰 회복 온힘

▲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 직접 참여한다. <롯데카드>


정 사장이 롯데카드의 최우선 과제인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앞장서면서 위기 극복에 필요한 롯데카드 내부 결속력도 한층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롯데카드는 최근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정 사장을 포함한 이사 4인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설립은 금융감독원이 2025년 9월 내놓은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에 따른 것이다.

모범관행에는 금융사가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와 함께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소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소비자보호 관련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곳은 국내 카드사 가운데 롯데카드가 처음이다.

정 사장이 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논의된 정책을 실제 경영활동에 빠르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올해 7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대상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 시점과 맞물려 더욱 무게감 있는 결단으로 여겨진다.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 등을 사전에 규정해놓은 문서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는 업권과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다르다. 금융당국에서 정해둔 시기를 살펴보면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는 2026년 7월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를 제출해야 한다.

2025년 12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자산총액은 모두 5조 원이 넘는다.

최고경영자(CEO)는 기본적으로 책무구조도 상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관리 의무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정 사장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책무구조도 상 소비자보호 관련 내부통제 책임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는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내부통제체제 구축, 주요 내부통제 정책 수립·점검, 소비자 권익 침해 방지를 위한 거버넌스 확립 등 역할을 수행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롯데카드는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다만 책무구조도에 설정된 책무의 범위 등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1~4월 안에 책무구조도를 사전 제출한 여전사(자산규모 5조 원 이상)를 대상으로 7월2일까지 시범운영기간을 가진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뒤 롯데카드의 최우선 과제가 신뢰 회복이었던 만큼 정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소비자 중심 경영에 초점을 두고 있기도 하다.

롯데카드에서는 2025년 8월 온라인 간편결제 시스템 해킹으로 약 297만 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정 사장은 올해 3월16일 임기를 시작한 지 이틀 만인 18일에 '신뢰경영 소비자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소비자위원회는 금융취약계층 대상 서비스 개선, 금융소비자 관점 상품 모니터링 등 활동을 한다.

이처럼 CEO가 소비자보호 관련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롯데카드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4.5개월 제재안을 받은 상태다.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롯데카드 책무구조도 도입 앞두고 대표이사 책임 강화, 정상호 소비자 신뢰 회복 온힘

▲ 롯데카드는 영업정지 제재 경감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추가 피해 방지 노력 등을 소명하고 있다. <롯데카드>


롯데카드는 제재 경감을 위해 금융위에 정보유출 사고 뒤 추가 피해 방지에 힘써 2차 피해가 없었던 점 등을 적극 소명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와 관련해 “금감원의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다”며 “제재 경감을 위해 사고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징계안 수준의 제재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재무적 타격은 물론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 장기적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조직 안정은 롯데카드 내부 출신인 정 사장에게 기대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2월 차기 대표이사 내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정 사장을 두고 “롯데카드에서 일했던 만큼 회사 내부 사정에 밝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대내외 신뢰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LG카드(현 신한카드)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일한 뒤 현대카드에서 PRIVIA사업실장, 브랜드관리실장, SME사업실장을 맡았다. 삼성카드에서는 개인영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전략영업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롯데카드로 자리를 옮겨 카드사업본부장과 영업본부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