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기업에 대해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셀트리온의 미국 생산거점 선점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산업의 정부 지원과 가격 정책을 공급망 안보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만큼 미국 안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셀트리온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수위 높여, 셀트리온 미국 생산거점 전략 힘 실린다

▲ 셀트리온이 미국의 중국 바이오 공급망 배척 움직임에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셀트리온 모습. <셀트리온>


26일 제약바이오업계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를 종합하면 국제무역위원회는 27일부터 28일까지 중국 바이오산업의 국가 지원과 가격 관행이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공개 청문회를 연다.

이번 청문회는 국제무역위원회가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실조사의 후속 절차다. 조사는 중국 정부의 바이오기업 지원과 가격 정책이 미국 바이오기업의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사 대상에는 유전체 시퀀싱과 합성생물학, 활성의약품성분(API) 제조 등 바이오 공급망 핵심 영역이 포함돼 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청문회와 의견 제출 절차 등을 거쳐 2027년 1월22일까지 조사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이번 조사가 곧바로 관세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조사 결과가 향후 반덤핑관세 등 통상 조치 논의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는 2024년부터 이어져 온 생물보안법 논의에서 가격·보조금 문제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생물보안법이 중국 바이오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자금의 연결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번 국제무역위원회 조사는 중국 바이오기업을 공급망 안보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차원의 변수로도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탁생산 파트너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산 파트너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 정부 조달이나 공공 연구개발 자금과 연결된 의약품 개발·생산 프로젝트에서는 중국계 기업을 활용하는 데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미국 안에 생산시설을 보유했거나 비중국 생산망을 갖춘 기업이 대체 공급망 후보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셀트리온으로서는 이런 측면에서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올해 1월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고 미국 현지 생산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해당 시설은 일라이릴리가 보유했던 단일항체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이다.

기존에는 셀트리온의 미국 공장 인수가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으로 주목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순한 인수 효과를 넘어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대와 CMO 수주 확보로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 셀트리온은 3월 글로벌 시장에서 급증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고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시설 증설 계획을 내놨다.

미국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의 증설 규모를 확정했다. 당초 6만6천 리터였던 증설 계획을 7만5천 리터로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수위 높여, 셀트리온 미국 생산거점 전략 힘 실린다

▲ 셀트리온이 미국 브랜치버그 공장에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왼쪽 4번째) 등이 미국 브랜치공장 생산시설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 <셀트리온>


증설이 완료되면 브랜치버그 공장의 원료의약품(DS) 생산능력은 현재 6만6천 리터에서 14만1천 리터로 늘어난다.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브랜치버그 공장은 셀트리온그룹의 미국 제품 공급과 CMO 사업 확대를 위한 핵심 거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국내 생산시설 투자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송도 본사 캠퍼스에는 1조2265억 원을 투자해 모두 18만 리터 규모의 4·5공장을 동시에 증설한다. 신규 공장에는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돼 생산 공정 효율과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셀트리온은 이를 통해 현재 주력 제품뿐 아니라 향후 출시될 차세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제품군의 생산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CMO 문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국내외 증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은 기존 31만6천 리터에서 57만1천 리터로 늘어난다. 셀트리온은 2031년까지 DS 생산 100% 내재화를 추진하고 이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생산시설 투자는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흐름과 맞물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CDMO 사업에 있어서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증설과 맞물리면서 실질적 수주 물량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셀트리온은 미국 생산시설 인수 이후 CMO 계약도 확보하고 있다.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와 함께 일라이릴리와 6787억 원 규모 바이오의약품 CMO 계약을 확보했다. 3월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2949억 원 규모 바이오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 계약은 생산시설 인수와 맞물려 체결된 성격이 있지만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자마자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셀트리온의 생산시설 확대가 향후 CMO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셀트리온이 추가적으로 위탁생산(CMO)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까지 실적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실적 예상치 추가 상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